말씀이 사람이 되셨다. <루카 1, 26-38> 12월 20일

가브리엘 천사에 의해 전해진 마리아에게 잉태된 분은 다윗 왕조를 이어 이스라엘을 다스리고 그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입니다. 요한 사도는 복음 시초 1, 1-5 에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하시며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하십니다. 삼위가 하나이신 하느님을 설명하면서 창조주이신 아버지, 구세주이신 아들과 하느님의 영이신 성령으로 구별합니다. 태초에 말씀이 하느님 함께 계시며, 말씀으로 하늘과 땅이 창조되었고, 그 말씀이 하느님이셨다고 하심으로써 오신 분은 예언자들로부터 전해주신, 오시기로 약속한 주님이십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전해준 기쁜 소식은 온 인류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말씀으로 하느님과 함께 계셨던 하느님 자신입니다.

또한, 성령으로 잉태된 주님은 잉태되는 순간 하느님이 세상을 바로 세우시려고 직접 찾아오신 순간입니다. 어떤 시간보다 소중하고 기다려지던 시간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주님이 오시는 때가 이르러 많은 사람이 제각기 주님의 어머니가 되려고 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천지 창조 때부터 점지한 마리아에게 잉태되어 모든 사람과 똑같이 사람으로 오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주님을 기다리며 머리 숙여 고백할 말은 마리아의 고백이어야 합니다. 천사를 통하여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함으로써 마리아가 주님의 어머니 되시고, 이 세상에 참 하느님을 낳으셨습니다. 주님을 보내주신 것 같이 우리도 오늘 주님을 말씀으로 받아들이고, 온 나라에 말씀이 사람이 되신 하느님을 전하는 심부름꾼으로 살아야 합니다. 세상을 다스리는 분은 내가 아니라 말씀으로 오신 주님이십니다. 오늘 우리는 오신 주님을 기다리며 기쁜 성탄 축일을 기다릴 뿐만이 아니라, 나에게 말씀으로 오신 주님을 온 세상에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주님이 말씀으로 오셨으나, 요한복음처럼 빛으로 오신 주님이 “빛이 어둠 속에 비추고 있지만, 어둠은 빛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듯이 어려움과 고통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어젯밤 꿈속에서 본당 사목할 때 아는 사람들이 모여 무슨 회의를 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여 이리저리 고민하던 장면 또, 수도원의 생활 중에 인간적 관계가 어려웠던 일 속에 살아가는 광경이 스쳐 지나가는 가운데 고심하던 일을 이러나저러나 걱정하다가 깼습니다. 사제 서품 60주년이 내일모레인데 지나간 날 중에 주님의 종으로써 말씀이신 주님을 전했는지 반성했습니다. 무관심으로 무자비한 적이 없었는지, 매듭을 풀지 않고 지나간 일이 없었는지, 전해주어야 할 주님을 말씀 그대로 전해주었는지 깊이 반성합니다. 공로 의식보다 이 몸은 주님 말씀의 종이오니 주님의 말씀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직도 시간 있는 한 전해주고 많은 이들이 성탄의 기쁨 속에 삶이 모두 행복해지도록 기도합니다.

말씀으로 사람이 되신 주님을 마음 깊이 함께하면서 전해주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성탄 준비는 마음의 준비가 우선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이 전해지도록 함께 합시다.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은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