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때와 순서가 있다. <마르코 9, 30-37>

사람은 시간 속에 살고 공간의 안에 살고 있습니다. 밤이 있으면 아침이 있고 겨울이 있으면 봄이 있습니다. 물이 강을 지나 바다에 가고 바닷물은 태양의 열로 수증기 되어 하늘에 올랐다가 구름이 되어 눈이나 비가 되어 땅에 내려옵니다. 이런 자연적 이치에 따라 오늘 복음에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라는 말씀을 쉽게 알아듣게 하는 것은 자연의 현상입니다. 하나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흙 속에 묻히지 않으면 싹이 트지 못하고, 줄기가 생기지 못하고, 꽃과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아무리 좋은 씨앗이라도 자기 품성을 자랑만 하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심는 때가 있고 열매를 맺는 때가 있으며 앞에 하는 행위와 뒤에 하는 행위가 있습니다.

주님이 어린이가 되라고 하시는 말씀도 어린이가 안 되고는 어른이 될 수 없으며, 제자로 스승에게 배우지 않으면 참 스승이 될 수 없습니다. 시련을 겪지 않고는 이룬 일이 견고하지 못하며 시련을 극복한 다음에 이루어진 일이 단단하고 우뚝 서게 됩니다. 겸손의 덕을 습득하지 않으면 교만한 지도자가 되고 그 밑의 사람은 고통에 시달려서 상호 간에 신망과 사랑을 잃어버립니다. 제자가 스승이 되고 머리 숙여 배우는 사람이 참 스승이 됩니다.

주님은 우리의 구원의 업을 완수하시려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십자가를 지시고, 세 번이나 넘어지시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셨기에 영광스러운 부활의 승리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면 이 말씀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할까요?

강태공이 강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때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서둘지 말고 차분히 다음을 준비하면서 기다리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어느 자리에 있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준비하여 그 자리에 있는가가 문제입니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가지고 있으면 높이 있어도 낮은 자리이고 낮은 자리라도 높은 자리입니다. 주님은 가장 낮은 자리인 십자가에 계셨기에 부활하시어 하느님 오른편에 앉아 계십니다.

요즘은 아침 독서 기도를 방에서 천천히 묵상하며 기도드립니다. 지금껏 소리를 맞추어 기도했지만,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머리에 담아두지도 못하면서 입으로 중얼거리며 기도했다는 것을 느낍니다. 성당에서 기도를 잘하려면 먼저 방에서 기도할 내용을 묵상하고 마음을 가지고 기도하는 습성을 드려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은 머리에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담아 울려 나오는 기도를 해야 한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마음에서 울려 나오는 것이 머리에서 입을 통해 울려 퍼지기를 기도합니다. 준비 없는 기도는 헛소리입니다. 튼튼한 기초 없는 집은 높이 오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