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는 새로운 시작 <루카 13, 1-9>

버리지 않고, 존재하는 낡은 형태를 없애지 않고는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이 생길 수 없습니다. 낡은 건물이 땅을 차지하고 있는 한 새것이 생겨날 수 없습니다. 창조란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만 재창조는 있는 것을 더 좋은 것으로 만들어 낸다는 말입니다. 좋은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원고지에 글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고 함으로써 명작이 나옵니다. 하느님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보여 주시기 위함입니다. 구약의 하느님 모습은 장애물 경주라 한다면, 신약의 하느님은 장애물을 새것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큰 죄인이라도 하늘을 보고 회개하는 사람은 다시 살고 회개를 거부하는 사람은 죽게 됩니다. 회개를 통하여 새롭게 태어나고 다시 사는 길이 열립니다.

회개는 주님의 편에서 보면 기다림이고 회개하는 사람의 편에서 보면 파괴와 건설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삶을 희망합니다. 죽음이 죄로부터 왔다면 회개로 죽음을 참삶으로 이끌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합니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즉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둘레를 새로 파고 거름을 주어 기다려서 열매를 맺도록 하겠다는 농부의 말은 기다림과 희망의 올바른 자세입니다.

안될 것 같으면 아예 싹부터 잘라버리는 잘못된 습성이 있습니다. 안되는 것을 되도록 해야 합니다. 희망이 없다고 절망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되지 말고, 새로운 사람이 되는 일에 열정을 다해야 합니다. 장애아를 둔 사람이 매일 “우리가 잘 살도록 해놓으시고 이런 고통을 주십니까?” 원망하며 살 일이 아니라 더 좋은 삶을 찾아 새로운 희망을 품고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 길은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는 주님을 찾고 주님 안에 희망을 두는 것입니다.

주님은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으로 끝나라고 하시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을 찾고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라고 하십니다. 저는 나이로 말하면 86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이이고 병까지 들어 인간 구실을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늘 “주님 저를 버리지 마시고 주님의 일꾼으로 죽기까지 일하도록 은총 주세요” 기도하며 새로운 아침을 시작합니다.

어떤 처지에 있든지 새로 변함을 깨닫고 희망을 품고 오늘을 하느님 향해 살아갑시다. 이것이 지금에 적응하며 새롭게 사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