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영이 육을 취하셨다. <루카 1, 26-38>

사람은 영과 육의 질서를 따라 살아갑니다. 이 말씀은 사람이 영 없이는 존재 못 하고 육 없이도 존재하지 못합니다. 사람은 하느님의 은총과 은혜 속에 살아가야 합니다. 오늘 성모 마리아가 하느님의 영을 충만히 받으신 것을 경축하는 날이며, 육이 하느님의 은혜를 받으심을 경축하는 날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을 귀하게 창조하시며 육과 영을 하나로 살도록 하심은 하느님의 은총이며 은혜입니다. 사람이 영으로만 살 수 없으며, 물과 공기 태양의 힘만 있으면 산다고 하면 이는 거짓말입니다. 사람은 땅에서 나는 온갖 먹거리로 생명을 유지합니다. 우리는 하늘을 향하여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땅을 향해야 살 수 있습니다. 하느님이 마리아를 통하여 사람이 되신 이유는 인간의 본질인 영과 육을 조화시키러 오셨습니다.

인간은 살아 있는 한, 영과 육의 가치와 존재 의미를 바로 알아야 합니다.

영이신 하느님 역사 안에서 육을 취하시어 영과 육의 조화를 보여 주시고, 조화 있는 삶을 알려주고, 이끌어주심으로써 참 종교의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하느님은 공중에서 둥둥 떠서 내려오시지 않고 성모님의 육을 통해 오셨습니다. 그리고 육에 필요한 표징을 남겨놓으셨습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보고, 듣고, 말하고, 만지고, 만들고, 그 모든 작품을 남겨 놓는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주님이 오심으로써 우리에게 첫째로 거룩하고, 자비하시고, 아름다우신 어머니를 주셨습니다. 또 십자가의 형상을 주시어 살기 위해서 십자가의 죽음이 있어야 함을 깨닫게 하시고, 변화의 가능성을 알려 악인이 회개하여 새 사람이 됨을 보여주시고, 가장 큰 것은 미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영과 육을 남기고 보존하도록 보여 주심입니다. 가장 적당한 때 주님이 오시어 영과 육을 갖춰 계신 주님의 모습은 생명이 보존되는 한 영과 육의 관리를 아버지의 뜻에 맞게 행하고 주님을 따르는데 자유스럽게 합니다.

영에 흡수되어야 올바른 삶이라 말하지도 말고, 육이 영을 지배하는 삶이라 말하지도 말고, 영과 육이 하느님의 뜻 안에 이루어지는 삶이어야 합니다.

주님이 광야에서 악마에게 빵의 유혹을 받으시며 “사람이 빵으로만 살지 않는다.” 하심은 빵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불의한 방법이나 부자유스러운 방법이 아니라, 정의롭고 자유로운 질서를 따라 필요한 것을 얻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감실 앞에 앉아 기도와 묵상을 하다가 영이신 주님이 미사성제를 통해 빵이 주님의 몸이 되어 감실 안에 현존하심을 느끼도록 이끌어 주심에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주님께서 성모 마리아를 통해 잉태되어 사람으로 오심을 마음 깊은 데서 느끼며 오늘 축일을 경축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큰 기쁨을 느끼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