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눈 <마르코 8, 22-25>

오늘 복음은 앞을 못 보는 장님의 눈을 보게 하십니다. “무엇이 보이는가?” 사람 같은 것이 보이며 점점 분명하게 보게 됨으로써 장님이 눈을 뜨게 된 기적을 보게 됩니다. 살다 보면 눈뜬장님을 보게 됩니다. 어떤 이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눈을 감고 있으며, 어떤 이는 권력이나 재력, 명예심 때문에 죄악으로 눈이 어두워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합니다. 흔히 이런 것에 눈이 어두워 빠지는 경우가 있으며,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자기의 이용물로 봅니다. 어떤 경우는 먹잇감으로 보고 사람대접을 하지 않고 미움과 저주, 폭력, 상처를 주어 사람으로 살지 못하게 합니다. 어떤 이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여 스스로 죽거나 죽이기까지 합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려면 눈에 씌워져 있는 더러운 것을 씻어내야 합니다. 욕심을 버리고,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돌 같은 마음을 살 심장으로 바꾸지 않으면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자기가 보는 테두리 안에서 보고 판단하여 상처를 주고 병들게 합니다.

어느 날 왜관에서 버스를 타고 대구로 가는데 버스가 만원이어서 설 자리도 없어 겨우 자리 잡고 서서 대구까지 한 시간을 가야 하는데, 나는 서 있고 한 사람은 앉아 가던 중 피곤한지 서 있는 내 쪽으로 머리를 대고 잠을 자는 사람을 놓고 갈등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머리를 빼려다 ‘이분이 예수님이면 내가 어떻게 할까? 아니다. 어제서 예수님이냐?’ 하다가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적 내 눈으로 볼 때 예수님으로 보이지 않지만, 하느님의 눈으로 보니 그분이 예수님으로 보여 대구까지 받쳐주어 잘 모시고 갔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하느님 눈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자비와 일치와 생명의 눈을 갖고 계시어, 아들을 보내셔서 사람인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셨습니다. 사람 하나하나를 사랑하신 나머지 열 손가락 중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듯이 중요하게 보십니다.

우리도 하느님의 빛을 받아 그 빛으로 만나는 모든 사람을 존귀하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로 보아야 합니다. 성 골베는 자기 목숨 보다 살려고 하는 사람이 귀한 것을 알고 그 사람 대신 자기 목숨을 내놓으셨듯이 우리도 사람을 사람으로 보아 존경과 사랑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아야 합니다. 더구나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사람은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우리 수도회는 오시는 손님을 그리스도처럼 대하라고 규칙에 있습니다. 새 계명인 “서로 사랑하라”라는 하느님의 뜻이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이루어지도록 기도합니다.

이 석진 그레고리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