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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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11-05 11:28
어머니와 고향
 글쓴이 : 정세실
조회 : 14,109   추천 : 0  
 
  고향을 떠나 시집온지 어느덧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정도 지나면 고향은 점점 잊혀질 줄 알았는데  세월이 가면 갈수록,
그리고 계절이 바끨 때면 더욱 그리워지지는 것이 고향과 그곳에 계신 어머니다.
 
수확이 끝난 텅 빈 들판과 냇가의 앙상한 미루나무가 쓸슬함을 더해줄 고향집에
오늘 아침에도 외로이 아침상을 물리셨을 친정머머니는
마당에 구르는 낙엽소리에도 '혹시 누가 왔나' 하고 방문을 열어 보실 것이다.
 
2년전 가을이었다.
손목을 다쳐 깁스를 하신 어머니를 뵈러 갔더니
10근이 넘는 고추를 깨끗이 다듬어 손질했다가 주시는게 아닌가.
깜짝 놀라 어떻게 손질하셨냐고 물었더니 발로 고추꼭지를 밟으시고
한 손으로 고추를 잡아 당겨 그 많은 고추의 꼭지를 땄다는 것이다.
끝 없는 어머니의 사랑에 가슴이 찡해옴을 느꼈다.
 
도시에 사는 아들네로 가시면 평안한 노후를 보내시련만
어머니는 고향에 남기를 고집하신다.
지난번  생신날  자식들이 모두 모였을 때 어머니는
"나는 죽을 때가지 여기 살고 싶다. 너희들도 내가 여기 없으면
고향이라고 찿아오겠느냐. 조상대대로  살던 땅인데 내가 죽고 나면
누가 여기와서 살겠니" 라고 하셨다.
 
그날 우리는 어머니가 계시기에 고향이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는 자식들에게 농산물을 싸주시며 눈물로 배웅해 주시던 어머니.
오늘은  큼직한 글씨로 편지 한장 써서 보내드려야 겠다.
 
 
* 정영순  
경북 상주시 신봉동 동아 아파트 105동 1302호
016-655-3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