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와 가난한 이가 되는 것 <마르코 10, 17-27>

가난과 부자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 합니다. 가난이 자기 탓이든지 남의 탓이든지 가난을 겪는 사람에게는 누군가 도움을 주고 가진 사람이 나누어주고 잘 살도록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주님께서 부자 청년을 통해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세상에 가난한 사람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중에 다른 이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6.25를 겪은 우리나라의 경제는 도시나 농촌, 어디서나 가난이 넘쳐 흐르는 시대였습니다. 그 당시 일반 공무원이나 경찰 공무원이 가난하고 어렵게 살고 단칸방에서 온 식구들이 사는 시대였으며 장사하는 사람도 돈이 유통되지 않아 구멍가게 정도, 술집이라야 주막집 선술집 정도였습니다. 70년도에 겨우 공업단지가 생기고 농촌에도 다방이 생겼습니다.

농촌 경제는 60% 이상이 농한기, 보릿고개란 단어가 당연지사로 여겨지는 춘궁기가 있었던 시절입니다.

저는 65년부터 농촌 운동을 시작하면서 성당 안에 가축을 기르고, 유일한 수출품인 양송이 농장도 하고, 협동농장도 하고, 하우스 특용작물로 겨울에 토마토, 오이, 시금치 등을 재배하면서 농촌 경제를 활성화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농촌의 경제는 새로운 난관이 시작되었습니다. 농산물 가격 문제였습니다. 생산가도 받지 못하는 농산물. 그래서 농어촌 개발공사와 투쟁하고 농림부 생산국에 항의 방문, 마침내 청와대까지 가서 농민의 딱한 사정을 이야기해도 해결책은 없고 더 어려운 사정만 생겼습니다.

교회도 미국이나 독일이나 선진국의 도움 없이는 교회 운영도 힘들 때였습니다. 우리의 가난한 현실을 사진으로 찍어 후원자들에게 보내고, 주교들은 미국 본당 문 앞에서 모자를 벗고 한 달러씩 동냥하듯이 하여 성당을 지었으며, 교회의 사업을 하였습니다. 그 당시 미국에서 보내주는 밀가루, 버터, 기름으로 영양을 보충하던 시대, 밀가루 교회란 명칭도 있었습니다. 부산의 많은 성당이 밀가루 팔아 지은 곳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농촌운동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사람이 외국에서 온 농촌 운동가였습니다. “신부님 농촌 운동은 사제관에서 잘 차려주는 음식을 먹고 배고픈 줄 모르면서, 농민들과 같은 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 하시는 것이 더 낫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 당시는 신분 차별이 있어 본당 신부의 위신을 세우려는 시대였습니다. 저는 잠정적으로 농촌 운동을 중단하기로 한 후, 부산 명상의 집 원장으로 임명받고 운동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발 벗고 농민 안에서 농민이 되어 살았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들으면서 생각이나 말뿐인 교회가 아니라 현실에 뛰어들어 함께 가난한 이가 되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요사이는 고통당하는 한 사람 한 사람 안에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