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고백 <마태 16, 13-19>

믿음을 마음으로부터 고백하는 사람은 고백과 함께 실천해야 합니다. 베드로의 신앙고백은 결국 십자가의 죽음으로 증명해주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뜻을 따라 교회 안에 살고 신앙을 고백하지만 완전하지 못하여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습니다. 아침이 왔다가 밤이 오듯이 하느님의 빛과 그늘이 교차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밤이 아침을 기다리듯이 아침을 맞이한 사람은 오늘 새로운 희망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밤이 오면 모든 것이 어둠에 가리어 보이는 것이 없고 갈팡질팡합니다.

분명히 주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시고 그리스도이시지만 우리는 그분을 잃고 초심을 벗어나 살고 있습니다. 어제는 주님을 만나고 새로운 체험으로 주님의 뜻을 따르기로 하였지만, 오늘은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반벙어리처럼 말하고 다리를 절름거리며 가야 할 곳으로 가지 못하고 방황합니다. 주님은 나의 주님으로 알고 있으면서 주님의 현존 안에 살지 못하고, 어둠으로 나아가는 나를 보게 됩니다. 베드로 사도와 같이 무지해서인가? 급한 성격을 가지고 앞서 나가는 바오로 같아서인가?

60년 동안 온갖 시련을 다 겪고 살았지만 어려움을 느끼면 모든 것을 면하고 싶고, 하지 않고 싶고, 숨고 피하려 합니다. 주님이 십자가를 지고 끝까지 가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십자가를 벗어 던지고 가볍게 살고 싶습니다. 죽기를 한하고 주님의 뒤를 따르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죽지 않으려고 합니다. 숨어서 총질하는 비겁자를 만나면 피하고는 있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오늘 아침 묵상 중에 주님은 "너 이 공동체를 사랑하느냐?" "네, 사랑합니다." "그러면 내가 주는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하십니다.

바로 이런 뜻이 숨어 있었습니다. 하늘나라의 신비를 알려 주시고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바로 보려면 서리 낀 거울이 아니고, 깨진 거울이 아니고, 올바른 거울을 보고 나를 보라고 하십니다. 내 몸과 마음이 성하면 온전한 거울에 나를 비추어 볼 수 있다는 희망을 주셨습니다.

주님 저를 이끄시어 주님의 집에 들어갈 때까지 “나는 주님을 믿나이다. 주님이 주신 십자가를 끝까지 지고 가렵니다.” 고백하는 믿음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