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비워야 <요한 16, 5-11>

자리는 더 나은 사람이 차지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주님은 세상에서 아버지께 받은 소명을 다하신 다음 그 자리를 성령에게 내어주심으로 교회의 더 나은 발전,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리라 하십니다.

자기를 비우지 않으면 더 좋은 것이 그 안에 담기지 않습니다. 저녁이면 비우고 아침에는 새날을 담아 하루를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냉장고에 음식을 오래 두면 상하여 자주 다른 것으로 바꿔 주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혁명가는 새로운 것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가며 행동하지만, 역사를 판단하는 지혜로운 사람은 그 행동을 올바로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사람들이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며 안정된 세상을 만들어 나갑니다. 새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과 새것을 정리하는 사람은 달라야 합니다. 주님이 세상에 오시어 혁명적 삶을 사시면서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전해주었으며, 성령은 그 삶이 모두를 죽이는 삶이 아니라 모두를 살리는 삶으로 이끌어 주십니다.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사람은 목표를 정하고 시작을 누르면 내비는 계속해서 가야 할 길을 지시합니다. 말을 듣지 못하면 목표로 가기 어렵습니다. 모르는 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은 귀를 세우고 들어야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이같이 성령은 각자의 마음속에 말씀하시며 주님이 세워주신 목적지로 가도록 순간순간 이끌어 주십니다.

성경을 보는 사람도 성령이 읽어 주시지 않으면 그 뜻을 바로 알아듣지 못합니다.

오늘 아침 전례 박사와 미사 전례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모든 것 알아도 실천하지 못한 것을 깨우치게 되어 유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마디로 내 안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새롭게 바꾸어 나가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내 생각을 비우고 새로운 의미를 담아두게 되었습니다.

나를 비우는 것은 바로 내가 안주한 자리에서 떠나 새것을 담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 생각에 머물러 고집스럽게 살지 말고 고집을 버리고 새것이 들어와 각자가 더 큰 은총의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