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 선, 미에 순종하고 거짓과 악과 추한 것에 저항해야 합니다. 정의에 순종하고 불의에 저항해야 합니다. 사랑에는 목숨 바쳐 순종하고 사랑이 없는 것에 목숨 바쳐 저항해야 합니다. 권력이나 재력이나 명예가 정의로우면 따르고 불의하면 저항해야 합니다. 여기는 성역이 없습니다. "내가 누군데 감히 나에게 저항해?" 하면서 불이익을 주는 사람은 반드시 더 강한 저항을 받아야 합니다. 수도 장상이나 교회 장상에 순종해야 하지만 정당한 명령이나 지시에 따르고 불의에는 저항해야 합니다. 다만 하느님의 뜻에는 자연에 순종하듯 순종해야 합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은 생명을 얻기 때문입니다. 오늘 세월호 참사 일주기, 죽은 아이들 위한 미사와 유가족 중에 스테파노 부모님들의 참석과 그분들과의 이야기 속에 풀리지 않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배 안의 방송이 “가만히 있어.” 란 말에 순종한 어린이들의 희생을 들으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다시 각자 자기 판단이 우선입니다. 그 말을 듣지 않은 아이들은 살아나왔고 그 말을 듣고 쭈그리고 앉아 있던 아이들은 죽어서 돌아왔다고 합니다.

또한, 세상에 믿을 것이 없다는 말을 듣고 맞는 말이지만 믿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도 있습니다.

나는 수도자로 다섯 분의 아빠스님을 모시고 살았는데 대부분 순종하였지만, 객관적 사실은 순종하지 않고 반대와 저항을 하였습니다. 오해도 받고 미움도 받았지만, 그래도 아직도 살아있는 이유는 정의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주님의 뜻이라면 순종하지만, 주님의 뜻이 아니라면 저항할 수 있다는 것으로 알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양심은 선을 행하도록 지시하지만, 악을 피하도록 지시합니다. 주님의 안방인 양심을 따라 선택하는 자유를 주신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저에게 올바른 양심을 주시어 무엇이든지 주님의 뜻을 따르는 선택을 하도록 기도합니다. 또한, 진실과 사랑이 아니면 저항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