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없는 그리스도 신자. <루가 9, 22ㅡ25.>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각자 자기 십자가를 지고."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은 십자가 없는 그리스도 신자는 없다는 말입니다. 저는 이번 사순절 자발적 단식이나 기도나 선행을 따로 정하지 않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매번 사순절에 알 수 없는 고통을 주시어 그 고통을 참고 인내하여야 하므로 “주님!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기도하면서 십자가를 지고 가려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당선되신 다음 첫 강론에 신자로 살 수 있고 사제로 살 수 있고 주교로 살 수 있고 교황으로 교회 안에 살 수 있지만, 십자가 없는 삶은 참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작거나 크거나 십자가가 닥치면 우리는 피하고 십자가를 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손해가 되면 참지 못하고 남을 원망하고 순종의 삶을 살지 않으려 합니다.

요사이 참을성이 없는 사람, 인내심도 없는 사람, 작은 불편도 견디지 못해서 원수가 되거나 어려운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십자가의 삶은 그 자체 불편하고, 힘들고, 귀찮고, 하기 싫은 것입니다. 손발이 십자가에 못 박혀서 꼼짝 못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지 못하니 십자가를 피합니다.

어느 신자에게 제가 십자가를 선물하고 나중에 가정을 방문하니 십자가가 없어 어디 두었느냐고 하니 "신자로 사는 것은 행복하나 십자가를 지고 가신 주님을 따라야 한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하면서 끝내 십자가를 거부하는 것을 보면서 우선은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놔두었는데 나중에 보니 교회를 떠나 살았습니다. 십자가 없는 신자 생활은 주님을 떠나게 됩니다.

주님이 십자가를 들고 나에게 올 때 “나다 두려워 말고 십자가를 받아라.” 하십니다. 십자가는 죽이는 것 아니라 살리는 도구입니다. 가난을 참아 견디어서 부자가 되고, 무식을 잘 견디어서 유식한 사람이 되며, 어려움을 견디어 내어 금메달을 타고, 병을 잘 받아들여서 병을 치유하고 새 삶을 살게 됩니다. 부활의 신비가 바로 이 사실을 증명해주셨습니다.

오늘도 저는 십자가 없는 삶을 살려는 사람들에게 목숨을 구하려거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도록 기도합니다. 참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