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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10-15 11:50
모내기를 마치고...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2,916   추천 : 0  
모내기를 마치고...


지난 겨울동안 정성 들여 키운 귀여운 흰곰팡이들이 알맞게 퇴비에 서렸다. 이 녀석들에게 1년 농사의 기초를 다지는 중대한 소임을 맡겨 논으로 파견했다. 며칠 뒤 황토 흙과 미생물 천국인 부엽토, 약간의 퇴비와 비료를 잘 비벼서 한 달간 숙성시킨 '상토'를 2,500개 가량의 모판에 깔고 1-1.5㎜ 정도로 싹튼 종자를 이 모판에 파종하면서 본격적으로 금년 농사가 시작되었다. 이틀 후 못자리 치상 작업에 들어갔다.

파종된 모판을 못자리로 옮기는데 비가 억수로 와서 작업이 더뎠지만 오후에 도착한 지원군 (?)과 함께 비도 그쳐 아슬아슬하게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직 날씨가 싸늘해 못자리에 살고 있는 어린 모들이 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던 중에 신문, 방송의 냉해 피해에 대한 보도로 어떻든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게 껍질에서 추출한 '키토산'과 '현미식초' 등을 추위에 떨고 있는 귀여운 모들에게 먹여주었다. 그 다음날부터 얼어죽을 것 같던 모들이 기력을 회복하면서 파랗게 올라오는 것을 보니 덩실덩실 춤이 나왔다.

1학기 중간고사인 모 키우기를 마치고 약 40일간 (모들이 자라는 기간) 학기말 고사인 모내기를 위해 써레질을 하였다. 그러나 학기말 고사인 '모내기' 시험 문제를 풀려고 하니 긴장되었다. 다시 한번 모내기 계획표를 보며 최종 점검을 하고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며 시험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항상 농번기 때마다 시험 동료가 되는 로마노 수사, 지원 형제들과 힘을 합해 예상 답안을 마련하면서 준비를 한 결과 5월 29일 (월) 1차 시험인 '동안 (종자 품종명)' 심기와, 그 다음 관문인 '대산' (종자 품종명) 심기를 작년의 모내기 시험과 다르게 쉽게 마칠 수 있었다.

올해 모내기 기간은 시험 열기만큼 무척 날씨가 무더웠고 최소의 인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했으므로 다소 어려움이 예상되었으나 모심기를 위해 흘렸던 이전의 준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

모내기 동안 함께 문제를 풀어 주신 동료들과 이전의 다양한 수험 경험으로 여러모로 챙겨 주신 금남 농장 책임 수사님께 감사드리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모내기 동안 시험기간이더라도 꼭꼭 아침기도는 챙겨 먹어야 한다고 매일 아침마다 방문을 발로 쾅쾅 차 주신 수사님 덕분에 몸 건강히 시험을 마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리며, 올해 좋은 성적표를 얻을 수 있도록 가을 추수 때의 최종 점검에도 동참하시길 바라오니 함께 하여 도와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은 날씨를 주신 하느님의 은총이 있었기에 별 어려움 없이 잘 해낼 수 있었습니다.

2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잘 치룰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2000년 6월 30일
젊은 농부 정 다윗 수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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