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성 마오로 쁠라치도 수도원

2008년 5월 소식지

(6월 공동체 기도 : 북한 교회와 중국 교회가 자유로이 신앙생활을 할 수 있기를)

1. 한국 베네딕도 수도자 모임

5월 6일(화)에서 7일(수)까지 이틀간 고성에 있는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에서 한국 베네딕도 수도자 모임이 있었다. 이 모임에 본원에서는 이 시몬 아빠스님과 인 끌레멘스 원장신부, 이 사바 신부, 김 마태오 신부가 참석을 하였고, 요셉 수도원에서 이 프란치스코 신부와 안 마르코 수사가 참석을 하였다. 첫날 모임에서 한국의 각 공동체는 지난 1년간 수도원에서 있었던 주요 일들에 대해서 서로 나누었다. 이 시몬 아빠스는 호의 중에 내년 베네딕도회 한국 진출 100주년은 왜관 수도원만의 백주년이 아니라 모든 공동체의 백주년이 될 수 있기에 모든 공동체가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여 백주년을 축하할 수 있는 준비를 하자고 제안하였다. 수녀회들 역시도 아빠스의 생각에 동의하면서 백주년을 준비하는 왜관 공동체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도우며 함께 참여하겠다며 이 시몬 아빠스의 제안에 동의하였다. 또한 첫날 저녁에는 친교의 시간을 가졌는데 특별히 고성 수도원에서는 부산대학교 국악학과의 교수님과 학생들을 초청하여 가야금 , 해금, 판소리 등 국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둘째 날에는 교회 건축에 관한 강의를 들었고, 점심식사를 하고 난 뒤에 모임을 마쳤다.

2. 동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베네딕도회 장상 모임

5월 19일(월)부터 22일(목)까지 부산 광안리 은혜의 집에서 제8차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베네딕도회 장상 모임이 있었다. 이번 8차 모임은 한국에서 10년 만에 개최한 것이다. 이 모임에는 필리핀, 대만, 베트남, 일본, 중국의 베네딕도회 장상들과 예레미야 총빠스(오딜리아 연합회)와 티모티 켈리 총아빠스(아메리카 까시안 연합회) 등 외국인 수도자 20여 명이 참석을 하였고, 한국 공동체에서도 약 28명의 수도자들이 참석을 하였다. 이번 모임에서는 특별히 한국, 중국, 베트남, 일본 교회에 영향을 끼친 유교에 대하여 인천교구 최기복 신부님의 강의가 있었다. 그리고 안동지역에 있는 도산서원과 국립 국학 박물관을 견학하는 하는 등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외국인 참석자들은 왜관 수도원을 방문하여 작업장들을 둘러보았고, 부산 수녀원과 대구 수녀원 공동체와도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부산 수녀원에서는 60여명의 수련원 식구들이 노래와 부채춤 등 다양한 공연을 보여주었고, 대구 수녀원에서도 25여명의 수련원 식구들이 환영의 노래를 불러주었다. 이들은 세 공동체를 통해서 한국 베네딕도 수도회의 역동성을 체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3. 왜관 성당 설립 80주년

왜관 성당이 본당 설립 80주년을 맞이해서 9일(금)에 음악회와 11일(일) 성령강림 대축일에 기념미사를 봉헌하였다. 본원 공동체에서도 형제들이 음악회에 참여하여 그레고리안 성가를 불렀다. 성령강림 대축일 미사와 함께 거행된 기념미사는 이 시몬 아빠스가 주례를 하였다. 이날 미사는 순심여고 운동장에 마련된 임시 제대에서 거행되었고, 오후에는 본당 행사를 하며 성경 골든벨과 체육대회를 하였다.

4. 이 시몬 베드로 아빠스님 동정

이 시몬 아빠스는 13일(화)에 대구 신학교를 방문하여 최영수 대주교와 조환길 주교 그리고 권혁주 주교와 함께 올 여름에 부제품을 준비 중인 학생들을 면담하였다. 또한 이 시몬 아빠스는 14일(수)에 서울 장충동 분원에서 있었던 교부들의 성경 주해 시리즈 1권 「창세기 1-11장」과 「교부학 인명․지명 용례집」출판 기념회에 참석을 하였다. 그리고 26일(월)부터 29일(목)까지 광주대교구 사제피정을 위해서 지리산 피아골에 있는 연수원에 다녀왔다.

5. 모금 위원회 모임

수도원 건축 공사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난 후에 공문을 통해서 모금 위원회 인선을 하였다. 인선 후에 28일(수) 오후 3시에 왜관 피정의 집에서 1차 모임을 하였다. 첫 모임에서 인 끌레멘스 원장신부는 지금까지의 건축 진행과정과 모금에 대한 것을 보고하였고, 앞으로 모금에 있어서 좋은 아이디어를 나누었으면 한다는 모임의 취지를 설명하였다. 이 모임에서 본당 모금 활동에 대한 방안들을 나누었고, 앞으로 한달에 한번 정도는 모금을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자고 하였다. 서울 신학교에 공부를 하였던 신부들은 동창신부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모금 홍보를 하기로 하였고, 후에 실무진들이 그분들과의 연락과 방문을 통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로 하였다.

6. 기타

1) 수련자들이 14일(수)에 부산 분원을 방문하여 그곳 형제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2) 진 토마스 신부는 5일(월)부터 14일(수)까지 갈평 피정의 집에서 예수성심 시녀회 수녀들의 연피정을 지도하였다.

3) 김 마태오 신부가 5월 첫째부터 셋째 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8시에 서울대교구 가양동 성당에서 렉씨오 디비나 강의를 하였다.

4) 송 후고 수사와 고 이사악 신부가 연길교구 80주년을 맞아서 7일(수)부터 21일(수)까지 두 주간 평화신문과 공동으로 연길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이번 여행은 평화신문 창간 20주년 기념으로 연길교구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특집 연재 기사를 취재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취재기자들과 두 형제들은 길림성과 흑룡강성 일대에 걸쳐 산재한 연길교구 소속 19개 본당 터와 의란지목구 소속 2개 본당 터를 탐문하여 찾아내었고, 현재 연변조선족자치구 내 가톨릭 신앙공동체 모습을 살펴보았다. 아울러 연길 수도원 소속 수도형제 중 현지에서 사망한 형제들의 묘소 위치를 추적하여 5기를 찾아 확인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5월 마지막 주부터 약 3개월에 걸쳐 평화신문에 연재될 예정이다.

5) 김 요셉 신부님께서 지도하시는 5.8 장학회가 30주년을 맞이하였다. 5.8장학회는 5월 7일(수) 오전 10시 30분에 석전본당에서 조환길 주교님을 모시고 기념미사와 축하식을 거행하였다. 이날 장학회는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였다. 약 250여 명 정도가 모여 장학회의 30주년 기념을 축하하였으며, 이 그레고리오 신부와 현 바르톨로메오 신부, 서 알벨또 신부도 참석하여 5.8장학회의 30주년을 함께 축하하였다.

부산 분원 방문의 감동을 안고

김 에제키엘 수련자

5월의 시작부터, 사람들은 꽃가루와 때 아닌 무더위로 지치기 쉬웠다. 전날 밤에 고마운 단비가 시원스럽게 내렸다. 다음날 부산 분원을 방문한다는 일정 때문인지, 오전에 비가 온다면 좀 불편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도 있었다. 당일 아침, 날씨는 활짝 개였다. 오히려 전날 비가 꽃가루와 더위를 말끔히 씻어간 덕분에, 우리는 상쾌한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이런 기분과 어우러져, 부산 분원의 첫 방문이 알찬 시간이 되리라는 기대도 커졌다.

차창으로 스쳐가는 풍경에는 어김없이 초록빛 물감이 산 위에 흩뿌려 있었다. 아름다운 경치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하지만 군데군데 도로를 닦고 새로운 건물을 올리기 위해 산을 휑하게 깎아낸 모습에 마음이 착잡했다. 왜냐하면 화재로 앙상하게 남아 있던 수도원 건물을 허물고 황량한 흙더미를 드러낸 자리를 제의방(예전 스타시오 복도) 창문으로 보고 있노라면 가졌던 생각과 묘하게 교차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사이 부산에 도착했다.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과 아파트들의 도시가 나의 시선에 들어왔다. 부산 분원에 관해 예전에 듣던 바로는 도시 속에 있음에도 피정의 장소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이었다. ‘과연 이런 도시의 요란함과 거리를 둔 곳이 있을까?’ 부산이라는 도시와 인연이 거의 없던 터라, 여느 대도시처럼 바쁜 삶의 숨소리를 내쉬는 곳으로만 생각했다. 처음에 가졌던 설렘과 기대는 점차 궁금증으로 바뀌었다. 드디어 분원에 도착. 잠시 동안 복잡한 도로를 벗어난 후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났다. 울창한 나무 숲 사이로 분원은 자리하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놀란 시선으로 주변을 살폈다. 역시나 들었던 그대로이다!

송 바르나바 수사님의 안내로 분원의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마치 비밀의 정원에 발을 내딛는 것처럼, 숨겨져 있던 풍경들이 오솔길 사이로 우리를 반겼다. 특히, 직접 발을 떼면서 십자가의 길을 할 수 있도록 오솔길의 모퉁이마다 14처의 부조상들을 배치했다. 그리고 피정을 온 신자들이 십자가의 길을 하면서 메는 큼지막한 나무 십자가도 있다는 것이 참으로 이색적이었다. 십자가의 길을 걷고 뒷산의 정상까지 올라갔다. 거기서 생각지도 않은 그림이 내 눈에 펼쳐졌다. 절벽 끝에서는 산들로 둘러싸인 저수지가 내려다보였다. 옆으로는 병풍처럼 절벽들이 저수지 위에 우뚝 서있었다. 그리고 수사님이 안내한 성모동굴에는 전설어린 성모상이 놓여 있었고, 가부좌를 틀면 바로 묵상이 될 바위 위에도 앉아봤다. 산들바람이 땀방울 어린 얼굴을 스치면서 산뜻한 기분이 들었다. 나 홀로 자연과 대면하면서 잠시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 정말이지 하느님이 경이롭게 창조하신 자연 앞에서는 누구나 경건하고 사색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산에서 느낀 감동을 품고 내려오면서 김 가롤로 수사님이 가꾸시는 밭을 둘러봤다. 갖가지 야채가 심겨진 이 큰 밭을 혼자서 관리하신다는 설명에 절로 감탄이 쏟아졌다. 조그만 일에도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 부끄럽기만 했다. 오랜 수도 생활의 경륜이란 무엇인가를 부산에 내려와서까지도 거듭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은 분원의 신부님, 수사님들과 함께 낮기도를 바치고 점심식사를 하면서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성당에서 조용히 묵상을 하시던 노 아우구스티노 신부님이 인상적이었다. 편람과 일 년에 몇 번 있는 형제들의 모임으로 얼굴을 익힐 수 있던 정도여서, 우리는 수사님들이 어렵다고 지레 생각했지만, 수련자가 왔다고 따뜻하게 맞아 주시던 수사님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좋았고 감사했다. 바쁜 도시의 리듬 가운데서도, 자연의 넉넉함과 부드러움을 지니고 사시는 수사님들이 언제나 건강하고 기쁘게 수도 생활을 하시길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