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세기에 걸쳐 수도원들은 각종 활동에 투신하였고 그들의 존재가 유용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세상의 구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수도원들이 세상과 관련을 갖는 좋은 길은 믿음과 사랑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그리고 지나가는 이 세상에 걸맞은 희망을 가진 사람들을 배출해 내는 것이다. 믿음 안에 산다는 것은 '믿음의 창시자'인 예수께 직접 또 항구하게 의존하며 사는 것을 뜻한다. 믿는다는 것은 그분의 삶, 죽음 그리고 부활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는 그분께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하느님의 아들로서 하셨듯 모든 일을 '잘하는'것이다. 믿는다는 것은 유일하신 하느님 아버지와 우리 형제요 자매인 모든 이를 사랑하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행위이며, '땅에서도 마치 '하늘에서와 같이' 사는 것이고, 어디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여기, 이 땅 위에 살면서 가시적 세계로부터 항상 한 걸음씩 옮겨가는 것이다. 셍 티에리의 귀욤의 말과 십자가의 성 요한의 말을 빌리자면 믿음의 삶이란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을 비추는 것'이며, 지상의 삶 내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삶이 가능할까? 이것은 그저 순전히 인간의 일이 아니며 오직 하느님께만 가능한 일인데, 이 때문에 영이 우리 안에 '부어졌다. '- 셍 티에리의 귀욤은 이 말을 좋아했는데, 그는 우리에게 부어진 영이 하느님을 위해서 또 우리를 위해서, 그것을 '여기서'(sibi), '우리에게' (nobis) 해준다는 것을 특히 강조하였다. 하느님께서는 단순히 지성적 관찰이 아닌 영적인 친근함으로 우리 인간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시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하느님과 인간이 서로를 나누는 삶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다른 이를 마침내 형제나 자매로 볼 수 있는, 모든 사람이 서로를 나누는 삶이기도 하다.

   끝으로 한 가지 더 말할 것이 있다. 내가 수도승들은 수도원 밖에, 곧 '세상 안에' 사는 형제자매들을 대신해서 기도하고 희생한다는, 소위 '대신(代身)'에 대해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도승생활과 세상의 구원에 관한 나의 이 고찰이 아마도 많은 이의 기대에 어긋났으리라는 것이다. '대신'이란 말은 실제로 예수 한 분에게만 적용할 수 있다. 오직 그분, 거룩하시며 무죄하신 그분만이 우리 자리를 대치해 주실 수 있는 것이다. 성 베르나르도가 자기 시대의 (그리고 모든 시대의) 수도승들을 가리켜 말하는바 악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는 오직 다른 이들과 죄를 함께 나누고 있을 뿐이며 결코 그들의 대속물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또 한편, 우리는 우리가 받은 세례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의 삶을 함께 나눌 수 있으니, 이로써 우리는 세상의 구원을 위해 직접 그분과 협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마태오 복음 복음25장과 베네딕도 규칙서 제4장에서 찾아낼 수 있는 양심 성찰에 인도되어 진정한 그리스도교인이 되기 위해 분투하며 믿음과 사랑과 희망으로 사는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살도록 배우기를 그칠 수 없으니,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문을 두드리시기를 그치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코이노니아 제20집 1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