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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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1-21 14:20
“사랑할 수 있는 것, 그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가장 큰 선물”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2,521   추천 : 0  

“사랑할 수 있는 것, 그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가장 큰 선물”

 

박재찬 안셀모 신부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 한국 남자 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사무국장)

 

2년전 수도원에 화재가 나자 작은 제 방에 있던 모든 것이 불에 타 버렸습니다. 그러자 가까이 있던 지인들이 옷과 신발 등 생필품을 선물로 보내 주었습니다. 보통 때면 ‘괜찮다’며 받지 않았을 텐데,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소중하게 그 선물들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선물들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선물을 받으며 ‘어려울 때 도움을 받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주님께서 사람들을 통해 선물을 주시는 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가만히 저의 주변을 둘러보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참 많은 선물을 받으며 살아왔구나’ 싶었습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소중한 생명과 건강, 참 훌륭하신 부모님, 함께 살아가는 수도형제들, 그리고 이렇게 수도자로, 성직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그 자체가 참으로 감사드려야 할 선물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은 선물에 얽힌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함께 나눌까 합니다.

 

몇 해 전 저는 고향에서 휴가를 보내고, 집을 나서는데, 어머님께 뭔가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 수도원에서 준 휴가비 남은 것을 모두 드리고 온 적이 있습니다. 얼마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어머니는 그것으로 염소를 사셨습니다. 시골 들판에서 풀을 먹이며 키운 염소가 몇 해를 지나면서 여러 마리로 불어나자, 어머니는 그 염소를 모두 팔아, 암소를 한 마리 사셨습니다. 그리고 그 암소가 송아지를 낳고, 그 송아지가 자라나고, 또 송아지를 낳아 지금은 네 마리의 소가 되었습니다. 소 값이 내려 어머니는 걱정이라고 하지만, 몇 푼 안 되는 휴가비를 선물로 드렸는데, 그 선물이 소 네 마리로 변했다니, 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린이 명작 동화에 나올 법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작은 선물이 이렇게 큰 결과를 내는 것은 수도원을 방문하는 이들을 만나면서도 종종 체험합니다. 수도원에서 함께 기도하고 삶을 진솔하게 나누며, 그들을 곁에서 그들에게 지어주는 따뜻한 미소가 얼룩지고 상처 난 마음을 낫게 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이렇듯 선물의 첫 번째 의미는 나눔입니다. 그리고 그 작은 나눔을 통해 때때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납니다.

 

두 번째로 선물은 보답을 바라지 않을 때 참된 가치를 지니는 것 같습니다. 뭔가 대가를 바라는 선물, 욕심을 담은 선물을 우리는 뇌물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선물은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만, 마음을 담은 조건 없는 선물은 비록 그것이 작다 하더라도 세상을 따뜻하게 변화시켜 줍니다.

 

선물에 대해 묵상을 하다 보니, 역사 이래로 선물을 가장 잘 한 분은 바로 하느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귀한 선물은 바로 당신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우리가 가진 것 가운데 일부를 주는 그런 선물이 아니라 당신 아드님의 존재 전체를, 생명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 선물을 받은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없었는데, 이제 그 선물로 말미암아 하느님과 함께 영원한 삶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선물을 또 얻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선물을 잘 알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알사탕만을 선물로 받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방 접종을 위해 커다란 주사 바늘이 우리 엉덩이를 찌르면 그 의미도 모른 채 엉엉 울며 엄마를 원망하는 아기처럼 그렇게 좋은 선물을 잘 모르며 살아갑니다.

선물을 받은 사람이 그 선물을 열어서 기뻐하며 그것을 사용할 때 선물을 준 사람이 흡족해 합니다. 받은 선물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거나, 열어보지 조차 않고 있다면 얼마나 섭섭할까요? 다시는 그 사람에게 선물을 하고 싶지 않아 집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선물을 이제 열어서 기쁘게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은 세상이 주는 달콤한 선물을 넘어 섭니다. 누구에게나 한 데나리온을 선물하시며, 모든 것을 전적으로 다 내어 주시며, 한계를 몰라 목숨까지도 내어 놓으시는 그런 선물입니다. 우리 눈에는 때때로 미운 사람, 힘들고 고통스런 사건, 불공평한 일로 비추어질지 모르나, 그것이 선물이 되어 우리가 더 큰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수도원에 들어와 몇 해 되지 않던 수련소 시절에 지금보다 더 여리고, 고집 세던 시절에 함께 살아가던 수사님이 참 힘겹게 다가오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의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 지적을 많이 하고 구박을 하던 그 수사님이 점점 미워지고 그런 미운 감정이 제 머리 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자꾸 그 수사님을 피하고 싶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옹졸한 자신이 밉기도 하던 그런 힘겨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영성 서적에서 이런 글을 읽고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너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느냐 그 사람은 너에게 보내주신 하느님의 선물이다.” ‘아니 그렇게 나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그 사람이 하느님이 선물이라니! 하기야 그 수사님과 잘 지내는 사람도 많지 않은가! 그것은 나에게도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 수사님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의 좁은 마음을 발견하게 해 주었으니, 선물이기도 하네.’ 이런 생각이 들면서 점차적으로 그 수사님뿐만 아니라, 힘든 다른 사람들과 사건들도 선물로 여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참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기 자신과 세상을 보다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결과적으로 나를 힘들게 하던 그 수사님은 하느님께서 저에게 보내 주신 선물이 되었습니다.

순수한 선물을 받으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들을 생각하면 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선물이 되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아프게 하는 선물이 아니라, ‘풍요롭게 하는 선물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를 내려놓고 주님의 마음을 가질 때 그것이 가능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사랑할 수 있는 것”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소중한 선물입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그 선물을 나눌 사람이 참 많습니다. 우리에게 마주 오는 매순간 순간을 선물로 여기며 그리고 우리 자신이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이 되어 살아갈 때 세상은 사랑으로 풍요로워 지지 않을까요!

이 글을 읽으며 홀로 피정을 하고 있는 여러분에게 숙제를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 하세요. 따뜻한 말 한마디도 좋고, 기도 선물도 좋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책이나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줘도 좋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예수님처럼 우리 자신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선물이 되어 살아갈 때, 우리를 보고 사람들이 예수님을 느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자수정 09-01-2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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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삶의 빛 안셀모신부님! 주님안에서 사랑합니다^^
노틀담 09-04-0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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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봉헌10기회원입니다. 글이 마음에 은혜로 와 닿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전, 평소 공짜를 너무 좋아하는하는데 나에겐 그런 기회는 잘 없었다고 철통처럼 믿고있었으며 이제는 아에 포기하고 살면서 그래, 아에 안주고 안받자!!  .....;;
나에게 힘들게하는사람, 얄미운사람들이 다 나에게 주신 선물이라니.... 
이제는 선물의 풍요로움속에 제 영성적인 삶을 가꾸어나가겠습니다.
평소에는 모법생이 아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봉헌회 회원이 되었으니까)신부님께서  주신 숙제 꼭 하겠습니다.
앞으로 봉헌회의 모법생이 되도록 신부님 기도해주세요 네?!
연못 09-04-1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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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미워질때 ,깨달음이 있기까지 많은시간을 헤메입니다.
저뿐만이 아니라고 미루어 짐작됩니다.신부님께서도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으셨던점으로 보아, 저희들도 가능성있는 신자들임에 용기가 납니다. 희망을 봅니다!
이번 성삼일피정에서,전에 "v.j.특공대"에 잠깐 비추이셧던 점이 기억되어 ,혼자서 살짝 흥분도 되었읍니다.
얼핏 스친 영성적 분위기를 금새 알아차릴 수 있었읍니다.
박안셀모 신부님의 서울영성생활이 저희들에게도, 괜찮은 선물이 되어주실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감히 말씀드려도 될까요?!  너무 반갑고 ,또한  아름다운 성삼일피정  모든 장충동피정의집 식구들에게 새삼 감사드리옵니다.
고맙습니다 !!
미카엘라 10-03-1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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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만났던 미카엘라 수녀님이 제가 모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바로 주님의 선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글을 읽으면서 다시금 깨우칩니다.  제가 이 선물을 왜 짐덩이, 끝나지 않는 숙제라고 생각한며 괴로와하고 있었는데 다시한번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주신 선물 그러나 때때로 무지하게 힘이 듭니다.
현가시 10-04-0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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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여태껏 제 선물을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살아 온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 주신 선물, 소중히 대하겠습니다.
은혜로운연꽃 11-10-3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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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로운 말씀 뒤늦게 묵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느님의 선물들을 소중히 하겠습니다.
안젤라 12-04-2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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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여기에들어오게한것도그분의선물일까요~제마음의평화가느껴집니다.감사드리고사랑하며 살께요^^
레지나 12-05-2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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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방문하여 가입하려다 그만 두고 오랜만에 와서 신부님 말씀 보고 
감사드립니다. 살아 가면서 나만 힘들고 ,나만 부당하게 당하고 살아 간다고 생각하고 살날이 많은데
모든것을 주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말씀하시는...
감사합니다.
아녜스 14-04-1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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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가슴에 와닿는 선물입니다
글 속에 제어려운 현실이 선물이라는 직감에 다시 한번 감사의맘으로 살겠습니다^^*
김지현 로사 14-06-1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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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허락하여 주시면 형제자매들과 이 아름다운 글을 같이 하고 싶습니다.

모셔갈 허락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