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속에 진실과 사랑이 드러난다. <루카 24, 35-48> 4월 14일

사람은 온갖 고통을 당하지 않으면 진실도 사랑도 모르고 지나갑니다. 열 끼를 굶어보지 않으면 남의 배고픔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오래전 광주신학교에 학장은 학생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한다고 하면 “그까짓 것 참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는가?” 하면서 병원이나 외출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자기가 병이 들어 병원에 입원하고 고생한 다음부터 아프다고 하는 학생들에게 병원에 가도록 허락해 주었다고 합니다.

고통을 당해보지 않으면 다른 이의 고통을 진실로 돌보지 못합니다. 오늘 주님의 십자가 죽음 안에 가시관과 못 박히고 창에 찔린 상처를 만져보고서야 주님의 고통을 알아보고 죽음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믿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의 인지능력은 자신이 당해보거나 당한 사람의 흔적을 보고 고통의 현상을 이해하고 인정해 줍니다.

저는 40년 동안 본당이나 밖에서 사목하면서 사람 사는 고통을 듣고 보고 체험함으로써 상담에 임해서 이해하여 알아듣고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주기도 합니다.

매일 묵상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일어난 일이 현실과 사실이 떠오르고 약방문은 성서 안에 있어 기억 속에 필요한 내용이 성령의 힘으로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기도하고 일하라”란 말도 저에게는 일하기 전 기도하라는 말보다 모든 삶을 하느님과의 대화 속에 이루어지도록 살아야 한다는 것으로 듣고 내가 지금 하는 일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인지를 알아보고 행동에 옮깁니다.

주님은 십자가의 고통이 너무나 어렵고 힘이 들어 기도 속에 멀리해달라고 하셨지만, 아버지의 뜻대로 이루어지도록 십자가를 지고 죽음의 길을 가셨습니다. 신학교 7년 동안 배우고 수도자로 70년을 살면서 익히고 실천하는 삶이 믿음을 지혜롭게 하고, 높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진실과 사랑의 하느님을 보고 익힌 체험이 주님 뜻 알아보고 따라 살게 하며 다른 이도 살게 합니다. 이 나이에 수시로 전화 연락을 받고 상담 성사를 주고 글을 쓰는 힘은 제가 아닙니다. 모두가 성령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도하고 묵상한 내용으로 상담에 임하게 될 때 가끔 혼자 놀랍니다. 예언이 있었고 현실이 따라오는 일들을 생각하면서 ‘하느님은 준비 없이 일을 시키지 않으시는 분이구나’ 생각해 봅니다. 글도 나에게 큰 힘이 되면서 다른 이들에게 진실과 사랑이 되도록 바라며 쓰고 굳히고 실천합니다. 그래서 내가 살았던 일과 현실을 연결하여 글을 쓰고, 온종일 보고 전하고 살아가며, 주님과 함께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 없이 부활의 영광이 없듯이 고통을 통해 진실과 사랑을 실천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