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없는 성과를 기대하지 말라 <요한 12, 20-33> 3월 17일

자연은 무엇이 저절로 되는 것 같아도 초목도 땅속에 썩어서 거름이 있어 나무가 자라고 솔 나무 밑에 솔잎이 떨어져 거름이 되어 자랍니다. 밥상에 올라온 음식도 많은 사람의 수고이며 수고나 땀 흘리는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주님의 십자가 죽음은 믿음, 희망, 사랑의 기초입니다. 베드로 사도도 주님이 좋아서 따르다가 주님 고난의 현장을 보고야 자신의 경솔한 행위로 세 번 배반함을 후회하고 뉘우쳐 회개하여 첫째 사도로 살게 되었습니다. 지금 성지순례를 다니며 역사적 의미만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그같이 희생해야 믿음을 지키고, 전해주고, 하느님 나라가 성장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자유, 평화, 기쁨이 있는 나라로 그 나라를 살려면 공짜가 아니라 희생이 따르게 됩니다.

법을 지키고 법에 따라 살며 법을 사랑해야 참자유를 누리고 살게 됩니다. 내 자유를 누리고 살려면 너의 자유도 생각해 주어야 합니다. 자유를 막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사람이 있어야 앞으로 나갈 수 있으며 제거하는 수고를 아끼면 앞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참자유는 능력자가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자기 욕심만 채우면 평화는 없습니다. 참 평화는 자신을 비워야 아무것에도 매여있지 않고 평화를 누립니다. 어떤 이는 많이 갖고 풍요로워야 평화가 있다고 하지만, 참 평화는 내 것을 내주는 사람입니다. 창고에 많이 쌓여 있고 금고에 있는 재산으로 평화를 찾으면 ‘어느 날 누가 탐낼까? 없어질까?’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고 달라는 사람에게 덤으로 주는 사람만이 평화를 누릴 수 있지만, 인색하면 좁은 마음으로 살게 됩니다.

참 기쁨의 삶은 등 돌리고 원수까지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페이스북에 어느 신부가 축일 8부라고 하면서 커피 한잔 놓고 즐기는 모습을 봤습니다. 내가 첫 영성체시킨 사제인데 미처 몰라서 찾아가 축하해주어야지 생각하면서 시골 본당신부의 모습을 보며 ‘모두 함께하면 더 좋은데’ 그러나 사제의 기쁨을 혼자서도 즐기는 것을 높이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유튜브에 한 노숙자가 배고프다고 이천 원만 달라고 손 벌리는 사람이 있어서 보니 20년 전 자기를 버리고 떠난 전 남편이었다고 합니다. 내용을 보지 않았지만, 저 같으면 더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옛사랑을 되새기며 기쁜 시간을 보내고 돌려보내겠습니다.

주님 아니면 이 행복이 없습니다. 주님의 희생으로 얻은 것을 생각하며 모든 이에게 나의 희생으로 하느님 나라에 함께 살기를 기도합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들어가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죽는 밀알이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