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 분이 하느님이신 것, 부활의 신비입니다. <루카 9, 22-25> 2월 15일

모든 생명의 주인이심은 죽음에서 스스로 일어나셔서 우리 앞에 살아서 함께 사시며 세상의 종말까지 함께 하시기에 우리 믿음은 확고합니다. 세상은 우리가 경험하듯이 있다가도 없어지고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은 사라져 버리지만, 하느님이 만드신 것은 하느님 안에 영원히 남아있으며 우리는 하느님 신비와 영광에 참여합니다.

오늘 복음은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하시고 “온 세상을 얻어도 자기 자신을 잃거나 해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하십니다. 우리의 믿음은 자유, 평화, 기쁨 중에 살려는 것입니다. 자신을 잃는 사람은 다시 산다는 희망의 말이 믿음과 사랑으로 이끄십니다. 제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어도, 등산가가 높은 산에 올랐다가 밑으로 내려오는 것 같은 세상이며 아무리 많은 재산가도 자기 죽음에 한 푼도 도움이 못 되고 그 드높은 명성도 죽음 앞에 한 줌의 재로 변하며 오로지 믿음으로 영원한 삶을 그리며 살게 됩니다.

어제 원장 신부님이 “60년 동안 본당 사목 외 많은 일을 하시며 사셨는데 그중에 가장 보람 있는 일이 무엇입니까?” 하기에 은퇴 후 마산 트라피스트 수녀원에서 일 년 반 그들과 함께 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본당 신부로서 사회적으로 많은 일을 하면서 흔적을 남겼지만, 수녀님들이 밤낮으로 깊은 침묵 속에 기도하고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서슴없이 저에게 “여기서 죽을 때까지 우리와 함께 지내자”고 하는 권고와 삶을 통해 저는 수도자로 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습니다. 앞으로 권력, 재력, 명예심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도원 가까이 피정 집에서 7년 가까이 살면서 미사 시간에 빠지지 않고, 함께하고 사는 원동력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죽음과 부활의 신비가 담겨 있었습니다. 오로지 하느님만이 자신들의 희망이며 사랑임을 알고, 누더기를 입고 노동하며, 밤중에 일어나 기도하며, 점심 식사에 남은 것을 저녁에 먹으면서 먹는 데 마음 빼앗기지 않고 사는 모습에 저도 어떤 자리에 있어도 주님과 함께 사는 것 외에는 행복을 찾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금 토마스 머튼의 신학이 많은 이들에게 믿음이며 희망이 되어 전파되듯이 어디나 계신 하느님을 있는 것에서 찾아 만나고 함께 하는 것, 이것이 참 믿음이며 믿음을 통해 세상의 희망을 버리고 하느님 보여 주시는 길을 따라 사는 것입니다. 최고 학부와 사회적 경험, 최고의 자리에 있었지만, 자랑하지도 않고 겸손과 온유함으로 사시는 모습에서 감동했습니다.

유대인처럼 구약의 하느님께 매여 사는 것이 아니라, 여기 시간 속에 살아서 함께하시는 주님 만나고 함께해야 합니다. 사순절에 옛것을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전개되는 일들 안에서 늘 하느님께 새로운 노래로 찬미 찬송 드려야 합니다.

어제 일을 반복하지 않고 오늘 눈앞에 있는 일에 마음을 두고 따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