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부르심에 가난한 마음으로 응답하자 <마르코 2, 18-22> 1월 15일

오늘 우리 수도원은 3명의 유기 서원 자가 종신 서원을 하는 날입니다. 6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공동체가 검증하고 스스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가난한 마음으로 응답하는 3명의 서원 자는 일생을 수도자로 아니,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기 위해 서원 미사를 드리게 됩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가난한 마음 즉, 겸손과 온유함입니다. 자신을 낮추고 모든 일에 모든 것이 되려고 가장 부드러운 사람으로 살기 위함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자기 것이 없고 모두가 하느님 것이며 자기가 가진 능력도 자기 것이 아니라, 하느님 것임을 알고 깨우친 사람입니다. 일생을 자기 의지대로 살지 않고 하느님 뜻을 따라 사는 사람은 모든 이 안에 모든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지시를 따르며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 살게 됩니다.

저도 종신 서원하고 61년을 살면서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하면 그대로 따라 살았으며 “아니다.” 하고 싶어도 따라 산 것이 얼마나 자유롭고 평화롭고 기쁨의 삶인 것을 지금 깨닫고 행복한 마무리를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 수도원 조직에 각 사업체의 위원회가 있어서 수도원을 운영하는데 듣다가 아빠스님에게 “저 많은 위원회에 제 자리는 없는데요.” 하니 사제의 의무 사항을 지적하는 말씀을 듣고 ‘나는 하느님이 운영하는 공동체의 사람이구나. 참으로 가난한 마음으로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수녀가 수녀원에 입회하여 “나는 없고 우리만 있다.” 하여 내 것이 아니라, 우리 것만 말하다 보니 하루는 배가 아파서 장상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장 수녀님 우리 배가 아파요.”하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 있듯이 단식할 때와 아니 할 때가 있습니다. 수도 생활은 어둡고 힘든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 살듯이 자유, 평화, 기쁨을 만끽하며 살고 있습니다. 서원을 통해 순명, 청빈, 정결을 지켜야 하지만, 섬김을 받는 것보다 섬기는 사람이 되고 무엇을 얻고 누리는 것보다 얻은 것을 내주고, 나누는 사람이 되고, 한 사람에게 매여 한 곳만 바라보고 살지 않고 모든 이 안에 모든 이로 살려고 누구의 사랑도 받아들이고, 필요한 사람의 필요가 되어주는 삶입니다.

수도자로 종신 서원을 하며 사는 것은 바로 하느님 나라에 사는 것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 하느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하신 것같이 하느님 나라에 사는 것입니다.

이 길은 서원을 통해서만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은총이며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겸손, 자기 자신을 낮추는 사람,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사는 사람은 이미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오늘 다시 61년 전 서원식을 한 것을 기억하며 제대 가운데 서고 행복한 길이었던 것을 기억하며 새롭게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합니다. 오늘 오신 분들이 모두 서원 자같이 주님 부르심에 가난한 마음으로 서원하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매일 아침에 다음 성경 내용을 기도로 봉헌합니다.

에페서 1, 18-19 “하느님의 부르심이 얼마나 희망에 차 있는지, 성도들에게 베푸시는 당신의 영광스러운 상속이 얼마나 풍요한지 또한, 당신의 강력한 힘의 작용에 의해 믿는 사람인 우리에 대한 당신의 권능이 얼마나 뛰어나게 큰지 알게 하시기를 바랍니다.”를 바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서원을 통해 주님의 영광, 풍족한 상속, 주님의 권능을 함께 하는 하루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렇게 주고받는 하루가 됩니다. 여러분도 주님과 함께 행복한 하루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