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모는 사랑에서 나와서 완성된다. <요한 20, 2-8> 12월 27일

생각이나 말이나 행동이 예를 잃으면 사람의 위상을 망가트립니다. 요사이 예모 없는 행위를 자주 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어른이 수저를 먼저 들지 않으면 먹지 않고 기다렸고 어른이 자리를 앉지 않으면 앉지 않고 기다렸지만, 어른이나 선배가 없어지고 자기 편한 것만 찾아서 행동합니다. 한마디로 버릇이 없는 예모를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형님 먼저”가 아니라, “내가 먼저”이며 예모 없는 현상을 자주 보게 됩니다.

오늘 주님의 무덤에 먼저 간 요한 사도는 늦게 도착한 베드로 사도를 기다렸다가 뒤따라 들어간 간단한 행위가 복음을 읽을 때마다 마음에 들며 예모 있는 행위는 존경심이지만 사랑을 기초로 합니다. 우리는 요한 사도를 사랑의 사도로 알고 있습니다. 예모가 권력이나 재력이나 명예에서 나오면 인간적 질서가 무너지게 됩니다.

얼마 전 교황님이 대중 속에 지나가게 되었는데 어떤 부인이 지나가는 교황님의 손을 잡고 흔들며 놓아주지 않아서 교황님이 역정을 낸 일이 있었는데 교황님은 즉시 사과하셨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람은 사람 가운데 살며 서로 사랑하는 관계가 바로 이루어져야 사랑이 움트고 결실을 보게 됩니다.

나를 앞세우고, 내가 편하고, 안전하고, 이기심에 빠져 있으면 남을 돌보지 않고 자기 자리만 찾아 헤매게 됩니다. 사랑은 존경과 배려에서 시작됩니다. 노인이 실수하면 창피를 주거나 하지 못하는 것을 비웃지 말고 도우며 편하게 해드려야 합니다. 자리싸움이 아니라, 존경과 사랑으로 양보심과 희생심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아빠스님과 가끔 여행하면서 감사와 감탄을 느끼게 됩니다. 수도원 안에서는 장상으로 저는 예모를 지키며 살지만, 밖에 나가면 저를 우선으로 짐도 들어주고 저를 편하게 해주십니다. 어느 날 짐을 들고 수도원에 들어오시며 카트를 끊고 제 방 앞에까지 물건을 가져다주시는 모습을 보고 참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들어 원하시는 것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고 존경과 사랑이 생기게 됩니다.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불협화음이 생기고 서로 불편한 관계가 생깁니다. 형제지간, 부모와 자식 간까지 함께 사는 것이 어렵고 사촌지간도 관계가 어렵게 느껴져서 서로 왕래가 없어져 남보다 못하게 됩니다.

성당에 다니다가 서로 사랑 없는 행위로 마음에 상처받고 돌아서서 보지 않고 모르는 사람보다 더 못한 관계가 생기기도 합니다. 저는 아브라함의 하느님을 섬기는 이스라엘과 이슬람은 하나이신 하느님의 자녀로 살면서 예모 없는 관계가 이어지는 것은 하느님 보시기에 마음 아픈 일입니다.

사랑의 시작은 원수를 용서하는 길이며 사랑의 성장은 서로 예모를 지키며 예의 바른 행동이 따라와야 성장과 결실을 보게 됩니다.

하느님 뜻을 찾아 사는 길 중에 서로 예를 지키며 살기를 기도합니다. 가까울수록 예모를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

부부간에도 반말, 내뱉는 말을 하지 말고 서로 존경하는 말을 하면서 예모 있게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