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함을 선택한 분들 <마태 1, 18-24> 12월 18일

하느님은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하시고,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을 하시고, 보여주고, 들려주고, 실천에 옮기셨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시며 하늘과 땅을 펼쳐주셔서 온갖 생명이 생존하도록 마련하시고 자유의 남용으로 죄와 악으로 만들어 놓은 세상을 구하시려고 사람이 되셔서 우리 가운데 현존하십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 처녀가 아기를 갖고 이를 본 요셉은 놀랐지만, 하느님의 뜻을 알고 순종하셨습니다. 이런 일은 역사 안에 일어나며 세상을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갑니다.

오늘 저는 수도 형제들에게 사제서품 60주년을 축하받는 날입니다.

수도 사제로 불림을 받은 지 70여 년이 지나 서품받은 지 곧 60년 되는 날입니다. 저에게는 그 당시 기적이었습니다. 나이 18살까지 초등학교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시장 바닥에서 야채 장사, 얼음 통 메고 인천 배다리 시장을 돌아다니며 팔고, 1·4 후퇴 후 혼자서 16살 때 부산에서 부두 노동, 미군 부대 쓰레기 인부, 그리고 미군 부대 목공소 일꾼으로 일하다가 고등학교 공부 시작을 18살에 하면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수도사제의 길을 선택하여 서울 성심 대학에 입학하여 입학식 때 부른 교가가 나를 울렸습니다. “진세를 버렸어라. 이 몸마저 버렸어라. 깨끗이 한 청춘을 부르심에 바쳤어라.” 하고 시작한 노랫말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다시 찾다가 이 노래는 “슬램덩크”라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노랫말이기도 하다고 하여 들여다보니 가사 내용이 내 길과 같아서 몇 가지 소개하면서 지난날을 회상해 봅니다. “진세를 버렸어라. 이 몸마저 버렸어라.”이어서 “한눈을 팔면 패배일세.”라는 말이 나옵니다. 사실 사제의 길을 가다가 한눈팔면 낭패가 납니다. 이어서 “새로운 세계는 너의 폐기와 용기로 펼쳐질 거야. 진실한 마음으로 믿고 가슴을 벌리면 더 높은 곳으로 향하여 갈 것이야. 헛된 욕심에 눈이 멀면 미래가 흐려질 거야.” 등이 있어 지난 길을 반성하며 되새겨보았습니다.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고 그 산을 넘지 못해서 도중에 하차하는 사람, 주님을 떠나서 주님 길을 벗어나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와 같이 네 사람이 입학했는데 다 떠나고 나만 남았으며 많은 사람이 이 길을 떠나갔습니다.

이제 60년 고갯길에 서 있으려니 많은 천사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복음에 마리아, 요셉도 천사의 말에 응답하여 그 무서운 일을 해내고 인류 구원이 성취되었습니다.

분도 성인도 유혹과 시련을 극복하고 오늘의 큰 스승으로 남아있고 모든 성인들이 그런 시련을 극복하고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했습니다. 요사이 주님의 부르심은 수시로 이루어집니다. “성사 보러 왔어요. 상담받으러 왔어요.” 하면 복도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합니다. 오늘 축하는 수도원 내의 형제들과 함께하며 내일 미사로 끝이 납니다.

저를 아는 이들은 기도 부탁합니다. 먼 길을 왔지만 모두 기도 덕입니다. 아니, 천사가 사람 얼굴을 하고 나타나 도와주셨기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까지 기도 감사하고 더 많은 기도 있기를 부탁하며 저도 어려운 이를 위해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