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 오신 주님 <요한 8, 19-28> 12월 17일

높은 산에 오른 사람은 그 자리에 머무를 수 없고 내려와야 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모두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내가 누군데, 나는 이런 사람이 되려고 하는데” 하며 높이 오르고 많은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주님 앞에 주님의 길을 곧게 하고 언덕을 깎아내리려고 오신 요한은 자세를 낮추며 “나는 그분의 신발 끈도 풀어드리기에 합당치 않다.” 하십니다. 주님은 요한을 보고 사람이 낳은 사람 중에 더 높은 사람이 없다고 하십니다.

많은 덕 중에 겸손의 덕만큼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덕은 없습니다.

자리가 말하지 않고 사람이 말합니다. 오늘은 자선 주일, 한마디로 가난한 사람과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을 인간적 대우와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주일입니다. 주님을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오늘 만나는 사람을 돕는 날이어야 합니다.

우선 정치하는 사람은 국민의 힘이라는 말만 말고 가난에 시달리는 국민의 낮은 자리에 있으면서 풀어진 신발 끈 풀어주고, 먹을 것 없는 사람에게 먹을 것 주고, 죄와 악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자유와 평화를 전해주어야 합니다.

어제 어느 개신교 신학생이 천주교와 개신교의 차이는 천주교는 믿는 바를 실천하는 것이고 개신교는 은혜롭게 십자가에 돌아가신 그리스도를 믿기만 하는 것으로 규정지으며 모든 것이 하느님 자비의 손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저도 신학을 배운 사람으로 구원은 하느님 자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선행은 천국을 갖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님께서 죄와 악으로 시달리는 사람을 편하게 하시려고 오셨지, 높은 자리에 올려놓으려는 것은 아닙니다.

낮은 자리는 섬기는 사람의 자리고 낮은 자리를 의식하지 않으면 불쌍한 사람을 구원하지 못합니다. 공로를 쌓아 그 위에 올라가서 자기를 드러내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어려운 삶을 사는 사람에게 하느님 나라를 전해주려는 것입니다.

자유, 평화, 기쁨을 주고 길을 자유롭게 가려면 철로를 만들어 기차가 가게 하고, 길을 만들고, 산을 뚫어 터널을 만들어야 자유롭게 운행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이의 손에 먹을 것이 있도록 나누어 주어야 각기 받은 것으로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등 돌리고 시기 질투가 아니라, 서로 손을 잡고 “잼잼” 하는 사이,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네가 되어 일치의 길을 걸어가야지만 서로 기쁨이 넘치게 됩니다.

성당이나 교회당에 모여 찬송가 부르며 “주여! 주여!” 주님을 찾으며 사는 삶이 아니라, 하느님이 나를 위해 하늘과 땅을 만드셨듯이 하늘과 땅에서 생산되는 것을 운반하고, 요리하고, 만들어서 생활에 도움이 되어야 사는 것입니다. 행위가 따라오지 않는 믿음은 지나가는 구름과 같습니다. 성령은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라, 진실과 사랑을 실천하며 살도록 이끄십니다.

오늘 헌금은 각 본당에서 가난한 이를 위해 내는 것입니다. 마음을 담아서 내고, 이웃에 어려운 사람을 일부러 찾아서 돕는 날 되어야 합니다. 이런 것이 습관적이어야 믿음을 산다고 합니다.

주님은 당신을 믿고 따라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기 이 땅에 오셨습니다. 올바른 믿음은 믿고, 희망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 마음을 움직여 가난한 이를 돕는 시간과 기회를 만들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