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함께 사시는 왕 중의 왕인 주님 <마태 25, 31-46> 11월 26일

저는 복음대로 세상 종말의 왕관을 쓰시고 금 지팡이를 짚고 금빛 찬란한 왕을 기다리지 않고 왕궁에 사시며 모습을 감추어 계신 왕이 아니라, “여우조차 굴이 있어도 머리 둘 곳조차 없다.” 하신 임금님을 알고 함께 하려고 오늘 그리스도왕 축일을 지내려고 어제부터 기도 안에 기다리며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요사이 우리 교황님이 교황님의 삼 층 관을 쓰신 모습도 아니요, 금 지팡이를 든 모습이 아니고, 교황궁에 거처하시지 않고 손님 집에 거처하시는 교황님을 모시고 사는 것이 행복한 믿음입니다.

저는 세상 종말에 엄위를 갖추고 오시는 분이 아니라, 십자가상에서 죽임을 당하시며 우리에게 자비를 보이시고 우리의 죄를 판단하시는 것이 아니라, 너희 죄를 대신하여 이 죽음을 받고 이 땅에 피와 물을 쏟아내시는 왕을, 우리의 고통을 모두 받아주시고 일으켜 세워 주시는 왕을, 즉 우리의 모든 것과 함께 계시는 왕을 흠숭하고 감사 찬미 드리는 마음뿐입니다.

나이 90이 될 때까지 저와 함께 계시며 저를 돌보고 계신 주님을 찾아 헤매며 주님 앞에 기도할 때 위로와 더불어 자유, 평화, 기쁨을 주시는 왕이신 주님을 찾고 미사 중에 언제나 빵이 주님의 몸이 되고 포도주가 주님의 피가 되어 제대 상에 저와 함께 계신 주님을 믿고, 희망하며, 사랑합니다.

이는 하느님의 본성을 따라 사랑하며 살고 사랑받고 살기를 바라며 여기까지 왔으니 큰 상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영원히 주님과 함께하기를 바라며 살고 있습니다. 제가 죄를 지었을 때도 저를 버리지 않으시고 잃은 양을 찾아 우리로 데리고 오시듯 저를 찾아주시고 찾아 나설 수 있는 왕이신 주님을 찬미 찬송합니다. “보라! 나는 너희들이 믿는 왕이나 신이 아니다.” 하느님으로 세상에 오셔서 우리보다 더 비참한 고통 속에 사시며 십자가에 돌아가신 왕을 만나서 위로받고 힘을 받아 오늘의 이 삶을 받아들이고 죽음의 문을 통해 주님을 만나고 영원한 생명의 잔칫상에 나가며 영원히 함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살려고 오늘 축일을 지냅니다. 다음 주부터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절을 준비하며 자비와 사랑을 받을 준비를 다시 시작하는 날이 되도록 마지막 주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주님, 어느 날‘하느님은 태양계 하나면 충분한 것을 방대한 우주를 창조하시고 이 작은 지구에 사랑하는 나를 살게 하심은 어찌 된 일인가?’ 생각하다가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와 사랑을 생각하며 스스로 놀란 적이 있습니다. 만유인력은 상대적 의미가 있고 그 거미줄 같은 우주의 상대가 지구는 제자리에서 돌고 낮과 밤을 돌고 돌아 시공간 속에 살며 주님을 만나게 되어 시공간이 없어도 사랑과 사랑의 관계 속에 섬김, 나눔, 친교가 자연스럽게 진행됨을 깨우치며 모든 것 안에 모든 것이 되어 사는 것이 참믿음이며 사랑인 것을 깨우쳐 감사드리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를 심판하시며 힘과 능력으로 내리누르는 왕이 아니라, 모든 일 안에 모두를 받아들이시는 주님을 찬미하고 찬송하는 날이 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