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일과 공로의식의 차이점 <루카 17, 7-10> 11월 14일

한 본당에서 여름에 미사 때 너무나 더워서 선풍기를 놓으려고 하니 어떤 열심한 신자가 찾아와서 “신부님 정신 있는 일을 하십니까?” 하고 다그치며 “저는 집에 선풍기, 에어컨이 있어 집에서는 시원하고 안락하게 지내다가 성당에 한 시간 미사 시간 땀 흘리며 고신 극기하며 공로를 쌓으려고 하는데 그 좋은 기회를 빼앗는 신부님 따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한 시간이지만, 저는 혼배나 장례가 있으면 다섯 대 이상 미사를 이 더운 곳에서 미사를 드려야 하는데” 하니 “신부님은 그렇게 살려고 사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저는 할 말을 잃고 본당을 떠나려 하고 사제직도 벗어나려고 했습니다.

그 후 피정을 통해 하느님의 종으로 사는 것이지 공로를 쌓아 상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권리보다 의무를 먼저 생각하며 살기를 결심하고 60년을 자유, 평화, 기쁨 중에 살고 있습니다. 그 후 누가 나를 멸시하거나 무시해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하느님의 자비만 바라고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에 사는 것은 내 공로의 상급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의무를 다하는 것이며 평가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자비의 몫입니다.

예전에는 저도 공로 의식에 사로잡혀 산길을 오르내리며 군화 속에 일부러 돌을 넣고 길을 걷다가 발에 피가 나도 아파도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도원 들어가기 전 고통을 참고 먹는 것도 성당에 봉사하며 도시락을 밥과 쓴 된장찌개만 먹다가 소화불량에 걸려 위를 상하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하느님의 일은 오히려 사랑에 있다는 것을 알고 내가 먹고 싶은 것 나누며 살고, 어려운 사람 도우며 살고, 주위 사람과 용서하며 친교를 이루고 사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중심적으로 되어 일하고 칭찬 듣고 상 받는 것이 아니라,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입니다.

우리는 참에 대한 오해 속에 살고 있습니다. 자랑하고 뽐내고 교만하게 되려고 일을 한다면 오늘 복음에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를 벗어나 “이렇게 유명한 일을 했습니다.” 하고 얼굴을 내미는 사람이 되지 않아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을 하고 자랑할 것 없습니다. 기차가 철로를 힘 있게 달려가면서 자랑할 것 없습니다. 철로가 없으면 자기 힘이 강하다 해도 달릴 수 없습니다. 하느님 함께 계셔서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이지 자기가 잘나서가 아닙니다.

생명을 받고 사는 것만이라도 충분합니다. 늘 감사와 찬미가를 부르며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