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뉘우치는 사람은 용서받는다. <루카 17, 1-6> 11월 13일

자신이 지은 죄는 용서를 받아야 마음의 평화가 옵니다. 용서받지 못한 죄는 점점 더 무거운 짐으로 남게 됩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왜 죄와 악이 넘치는 이 험한 세상에 오셔서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우리를 죄와 악의 사슬로부터 자유롭게 하셨을까요?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무한히 사랑하셔서 우리와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자 하셨기 때문입니다.

한국 불교의 큰스님이신 성철 스님이 죽기 전에 불자들은 죽기 전에 죄를 짊어지고 공기 좋은 곳에서 무공해 식품을 먹고 살아도 비교적 단명하지만, 공해에 찌든 도시와 공장 지대에 사는 목사와 신부 그리고 기독교 신자들이 오래 사는 이유는 살아서 죄를 용서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더구나 우리 천주교는 개신교와 달리 고백성사라는 전례가 있어 자신의 죄를 용서받았다는 확신을 하고 살아갑니다.

저는 가끔 신자들에게 “우리 교회 안에는 죄를 용서하는 성사가 몇 개 있습니까?” 하고 물으면 대부분 고백 성사만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 안에는 죄를 사하는 성사는 원죄와 본죄는 물론이고 그 벌까지도 용서받는 세례성사가 있고 죽기 전 살아서 모든 죄를 용서받는 병자성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성사는 모든 사람이 함께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는 사랑의 성사인 성체성사입니다.

주님은 말씀의 전례를 통해 우리에게 진리를 선포하시고 성찬 전례를 통해 사랑으로 우리를 일치시키시려고 당신의 몸을 나누어 주심으로써 주님이 우리 안에 살고 우리가 주님 안에 살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미사 시작에 자비를 구하는 자비 송을 통해서도 죄의 사함을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랫동안 성당을 쉬었던 신자가 회개하고 찾아오면 길게 충고나 죄를 사하는 말을 늘어놓지 않고 미사 시작의 자비 송을 통해 모든 죄를 뉘우치고 미사를 드리면 죄의 용서를 받으니 기쁜 마음으로 영성체하라고 권합니다.

그러면 미사를 드리고 나오면서 하나같이 기쁨과 평화를 느꼈다고 말합니다.

베드로 사도가 주님을 세 번 배반하였을 때 고백성사를 통해 죄의 용서를 받은 것이 아니라, 주님의 사랑을 배신한 것을 깊이 뉘우치고 주님께서 가시는 십자가의 길을 따라갔기에 죄를 용서받게 되었음을 깨닫고 우리 모두도 십자가의 전례 안에 죄의 용서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시기 바랍니다.

죄의 용서 본질은 진실한 회개와 통회입니다.

저는 고백성사 보러 온 사람에게 죄를 듣고 사죄경을 외우고 죄를 용서하는 형식보다는 우리를 무한히 사랑하셔서 우리 죄를 용서하시려고 십자가에 돌아가신 주님을 기억하고 죄를 진심으로 뉘우침으로써 참용서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죄에 대한 형벌보다도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죄의 용서에 접근할 때 죄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다른 사람을 죄짓게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고 하시며 다른 사람이 죄를 짓거든 꾸짖고 회개하거든 용서하라고 하십니다.

세상에 사는 한 죄를 짓지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 성인이라 불리는 사람도 하루에 일곱 번 죄를 짓는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서로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듯이 서로 용서하며 살아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유다도 베드로와 같이 죄를 뉘우치고 주님 앞에 나가 주님 십자가의 길을 따라갔으면 죄의 용서를 받았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저녁 자기 전과 아침 일어나기 전에 생각나는 모든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구함으로써 자유와 평화와 기쁨이 있는 하느님 나라에 살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장례미사를 드리는 주 광남 보나벤투라 수사님께서는 생전의 모습대로 주님 앞에 기쁨으로 춤추고 계실 것을 굳게 믿으며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