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사람만이 주님과 함께합니다. <마태 25, 1-13> 11월 12일

지식이나 아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지식을 깨우치는 사람이 참 지식인입니다. 서울대를 나왔다고 다 지식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배운 것을 마음 깊이 깨우쳐야 참지식인입니다.

믿음도 “믿나이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믿은 바를 깨우쳐야 참믿음입니다. 교리 지식을 많이 안다고 참 신자가 아니라, 진리를 하나라도 깨우친 사람입니다.

어제 종신서원 하는 종신 자에게 원장 신부님이 종신서원하고 네 가지 지킬 것 중 “깨어있어야 합니다.” 이 말씀은 수도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하는 조건 중 깨어있어야 한다고 하셨듯이 잠을 자거나 준비가 부족하면 신랑을 맞이할 수 없다고 합니다. 내가 누구를 기다리고 만나야 하는지도 모르고 정신을 놓고 산다면 세상 살면서 당하는 고통을 극복하지도 못하고 주님을 만나서 함께 살지도 못합니다.

서원하고도 서원의 의미대로 살지 못하면 잠자는 수도자입니다. 수도자는 어디에 있든지 수도자로 깨어있어야지 잠자는 사람처럼, 몽유병 환자처럼 정신없이 사는 수도자가 되지 않아야 합니다.

이같이 믿음을 가지려고 교리를 배우고 믿음을 가졌다는 사람이 잠을 자면 그 믿음은 의미를 상실합니다. 한마디로 주님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꿈속에서 헤매며 의미 없는 현상에 끌려가는 것입니다.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방향감각입니다. 차를 타고 방향을 모르면 바르게 갈 수 없고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갑니다.

오늘 평신도 주일입니다. 지금껏 평신도를 교회의 부속품이나 명령에 순종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늘 지혜로운 다섯 동녀처럼 깨어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면 자신이 누군지 아는 것뿐만 아니라, 하느님 찾아 만나서 어떤 관계인지를 깨우쳐 알고 믿음을 사는 것입니다. 이 깨우침이 없으면 교회 생활에 작은 불편만 생겨도 교회를 떠나고 믿음을 포기합니다.

사제가 사제로 깨어있지 못하거나 수도자가 수도자로 깨어있지 못하면 주님과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홀로 자기 자신만 위한 삶이 됩니다. 이같이 580만 세례 신자 중 100만도 안되는 신자만 신앙 생활한다면 양쪽이 다 책임이 있습니다. 소위 교회 안의 지도자와 본인입니다. 오늘 평신도 축일, 현대적 평신도는 깨어있으며 믿음을 살아야 합니다. 세례 때 그리스도의 왕직, 사제직, 예언직을 이마에 기름 바르며 받았으면 수도자가 서원을 일생 깨어있으며 지켜나가는 것처럼 세례의 사명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저는 상담하면서 당사자의 문제는 쉽게 풀고 믿는 사람의 올바른 자세를 한 시간 반 이상, 두 시간 동안 이야기하고 깨어서 믿음을 살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권리도 중요하지만, 의무가 무엇인지 알고 깨우쳐 늘 깨어있는 믿음의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 늘 주님과 함께 깨어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