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일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살자 <루카 14, 1. 7-11> 11월 4일

하늘에 오른 사람 땅에 내려와야 하고 땅에 머물며 충실한 사람은 안정되게 일하고 모든 것이 성장의 원리를 따라 성장합니다. 어떤 일에 자기 능력을 모르고 덤비면 실패하고 자기 능력껏 일하면 성공합니다. 모든 씨는 공중에 뿌려지지 않고 땅에 뿌려져서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됩니다.

성장과 결실의 원리를 따라 충실하게 살 필요가 있습니다. 요사이 경치 좋고 사람이 모여오는 곳에 큰돈을 투자하여 큰 집을 짓고 별을 네 개, 다섯 개 달아도 허공에 집을 지어 문을 닫고 폐업하는 호텔을 많이 보게 됩니다. 잘나가던 보문단지가 오늘의 쓸쓸한 모습은 잘나갈 때 잘하라는 말을 생각하게 됩니다. 승승장구하던 사업이 내려앉은 모습을 보면서 아래부터 시작하지 않고 위로부터 시작하여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인품도 교만이나 자만심이나 우월감으로 망치는 일이 허다합니다. 초대받은 사람이 윗자리를 탐하다가 아래로 쫓겨나는 일도 그러합니다.

주님은 사람을 구렁텅이에서 구원하시려고 가장 낮은 자리에 내려오셔서 갖은 멸시를 다 받으셨으며 가장 낮은 직업 목수의 아들로 자라나고 일하시며 십자가에 눌려 죽게 되고 땅에 묻히셨지만, 하늘에 오르시고 부활하시고 십자가가 높이 들려 온 세상에 구원의 빛이 되셨습니다.

이 세상은 땅에 묻혀 사는 사람 덕으로 먹거리가 생산되고 땅 깊이 기초를 쌓아야 튼튼한 건물이 세워집니다. 낮은 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일이 없습니다.

제가 학교를 졸업할 때 교수 신부님이 수도원에 일부러 오셔서 이 신학생은 교리 신학에 재주가 있으니, 유학을 보내라고 청하셨지만, 다행히 유학을 가지 못했습니다. 어찌 보면 저만 유학을 못 가고 이렇게 살고 있지만, 지금 생각하니 낮은 자리에 충실한 사목자로 살아남기를 바라시는 주님의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낮은 자리에서 공의회 결정문을 충실히 공부하고 묵상하고 살도록 마련해 주셨습니다. 중국에서 사제들 피정을 공의회 문헌으로 하면서 쉽게 현대적 믿음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저에게 기초가 있다면 공의회 문헌입니다. 저는 교회 사목자는 철저히 평신도가 되라는 명령을 받아들이고 평신도로 살기를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구 성직자 묘지에 가면 주교님들 자리가 앞자리에 있지만, 묘지 위에 올라와 있는 분은 없고 모두가 땅속에 묻혀있습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라는 속담처럼 위아래가 없이 둥근 원으로 그려진 줄 안에 존재하는 것뿐입니다. 나의 자리는 둥글게 그려진 원 안의 점일 뿐입니다. 공의회 이전의 피라미드식 구조가 후에 원으로 그려진 것은 참사랑은 평등 의식에서 나온다는 뜻입니다.

높은 자리보다 있는 자리에서 충실하고 성실하고 사랑 깊은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 하느님의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