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아픔은 나의 아픔이다. <루카 14, 1-6> 11월 3일

신학교 학장 신부님이 학생들이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간다고 하니 “신부 되려고 하면서 그런 것 하나 못 참고 병원에 왜 가느냐?”고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느 날 신부님이 몸이 몹시 아파서 병원에 갔다 오시고는 그다음부터는 허락 잘해주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남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나 자기 고통은 쉽게 알아듣고 해결하려고 합니다. 강 건너 불이 나면 구경하지만, 이쪽에 불이 나면 불을 끄려고 이리저리 뛰게 됩니다.

오늘 복음은 내가 아프지 않으니, 안식일에 병을 치유하려는 주님을 비난하고 말썽을 부리는 사람들에게 “네가 이런 일 당하면 어떻게 하겠느냐?” 물으시며 병자를 치유해 주셨습니다. 오늘날 내 민족, 내 사람만 소중하고 너나 너의 민족을 소홀히 여기면 전쟁도 일어나고 불행을 당하게 됩니다. 전염병도 나만 걸리지 않으면 된다고 자기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 환경을 정비하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저는 전쟁의 참극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6·25를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잘 알고 있습니다. 16살 인천 세관에 급사로 있을 때 인민군이 인천에 쳐들어오는 날 인천 세관을 지키다가 세관을 전쟁터처럼 총을 마구 쏘아대며 쳐들어와서 숨었다가 들켜서 마당에 불려 나왔는데 눈앞에는 통신대 한국 군인이 총에 맞아 쓰러져 있고 숨을 쉴 때 피가 등 뒤로 올라오는 형상을 보았습니다. 그 후도 시내에 나가면 어느 상점 안에 죽은 시체가 늘비하게 있는 모습을 보고, 인천 상륙작전 때 사방에 포탄에 불이 나고, 나중에 안 일이지만, 500만 명이나 죽고 무너진 집을 보고 전쟁의 형태를 보고 느껴 지금 다른 나라 전쟁의 참극을 들으면 실제 보는 것처럼 마음이 아픕니다.

배가 고파본 사람이 남의 배고픔을 알듯이 너의 고통은 모든 이의 고통이며 나의 고통입니다. 사랑의 시작은 바로 남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남의 사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무관심하며 강 건너 불 보듯이 볼 것이 아니라, 자기 일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에 진실과 사랑이 없는 사람은 가짜입니다.

이웃의 고통을 관심 있게 보고 듣고 하여 내가 해결할 수 있으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주고 깊은 관심을 두고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