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와 죽은 이들의 만남의 날 <마태 5, 2-12> 11월 1일

농민들은 가을 추수 끝에 행복을 누립니다. 여기저기 가을 추수로 풍요로운 먹거리와 주렁주렁 매달린 과일 나무를 보며 심고, 가꾸고, 준비해주신 조상들과 부모, 친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은 천당에서 하느님과 함께 세상에서 믿음, 희망, 사랑의 삶을 충실하고 열정적으로 사시다가 하느님 앞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고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지내는 날입니다.

공의회 전에는 오늘 오후부터 연옥에 있는 영혼들을 기억하며 성당 문이 닳도록 아침에 영성체한 사람으로 한번 성당에 들어가 주모경, 성모송, 각각 일곱 번하면 영혼 한 사람 천당에 보낸다고 하여 저는 몇 년을 묵주 들고 내일까지 전제 15단을 다할 때까지 기도한 적이 있었으나,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하지 않습니다.

본당신부 때 11월 위령의 달이라 하지 않고 죽은 이들과 통공의 달이며 각자의 죽음을 묵상하는 달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죽음과 죽은 이들을 위한 달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복음에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하시는 것같이 세상과 연결된 하늘과 땅이 하나 됨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달입니다.

저는 언제부터 위령미사를 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속으로 ‘돌아가신 분에게 감사미사를 드립니다.’ 세상에서 자녀들 낳아 잘 기르고, 먹고 살도록 땅을 가꾸고, 거처를 마련해주고, 일생 땀 흘려 일하시며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신 것에 감사하고 찬미하는 마음으로 산 이와 죽은 이가 한자리에 현존함을 느끼며 미사를 드립니다.

우리나라는 제사를 드리므로 미사는 참례가아니라, 제사처럼 드림이고 제사 때 좋은 곳에 가시라는 것이 아니고 차려놓은 음식을 함께 먹고 마시며 정성을 다하는 것처럼 미사 때는 하느님과 함께 산 이와 죽은 이들의 일치를 위한 기도의 시간과 공간입니다. 제사 드리다가 우리는 죽은 이들에게 “고이 영면하소서. 좋은 세상에 가서 편이 쉬세요. 하늘나라로 가셨다.” 합니다.

잘 아는 신자 미카엘이란 사람이 젊어서 초등학생 딸을 놓고 죽어서 장례식장에 가니 잘 알고 지내던 학생이 저에게 “신부님 우리 아버지 천사가 되어 하늘나라로 가셨다.”하고 슬픈 기색이 없는 얼굴을 보고 울적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래 천사가 되어 하느님과 함께 사신다.” 하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나의 믿음입니다.

오늘 검사 마치고 큰 일이 급히 없으니 퇴원하라는 말을 듣고 ‘아직 세상에 할 일이 남아있구나’ 길을 잃고 해매는 사람 한사람이라도 평화와 기쁨 전해주라는 뜻으로 알아듣고 더 열정적으로 주님의 종으로 일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기도했습니다. 기도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