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나라는 거저 받고 주는 것이 아니다. <루카 12, 49-53> 10월 26일

기도하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임하시며” 하며 묵주기도 때 하느님 나라가 선포됨을 묵상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산소를 호흡하고 사는 것같이, 태양의 빛과 열을 받는 것같이, 흐르는 물을 마시며 생명이 보존되는 것같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평화를 주러 오지 않고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하시니 “평화의 하느님 아니신가?” 의심할 수 있지만, 사실은 참자유, 평화, 기쁨을 주시려는 말씀입니다.

참자유를 누리려는 사람은 섬김을 받으면 더 부자유스러워집니다.

참 평화를 누리려는 사람은 넉넉하게 재산을 모으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것을 불편하리만큼 내주는 사람입니다.

참 기쁨을 누리려는 사람은 혼나서 희희낙락하는 삶이 아니라, 너와 내가 서로 용서하고 받아들이고 함께 하는 삶입니다.

주님을 따라 살려면 부자유스럽고, 평화가 없는 것 같고, 기쁨이 없는 것 같아도 참 자유, 참 평화, 참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수도자는 미리 죽어서 누리는 하느님 나라의 삶을 산다고 합니다. 순명 서원, 청빈 서원, 정결 서원은 부자유하고, 참 평화 없이 불편하고, 친한 짝이 없어 기쁨 없이 살 것 같지만 가야 할 길을 가고, 필요한 것만 갖고, 다른 이를 편하게 하려고 내주고 함께 하는 삶이 하느님 나라를 사는 것입니다.

세례성사 때 그리스도의 왕 직, 사제직, 예언 직에 참례한다고 이마에 기름 받으며 주님의 길을 가게 됩니다. 그 길이 수도자들이 서원하는 길입니다. 평신도도 순명, 청빈, 정결을 지키는 사람은 참 자유, 평화, 기쁨 중에 살게 됩니다.

자기 권리를 찾아 누리려 하고 왕이 되면 자기 마음대로 사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참 왕 노릇 하려면 섬기고 봉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겉모양도,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백성을 돌보고 해결하는 사람으로 자기 시간이 내 것이 아니고, 국민의 것입니다. 요사이 돈 많이 벌고 안정된 전원생활 하려던 사람들이 잘 지은 집을 버리고 다시 도시로 간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힘이 있어 농사를 지으며 농업을 육성시키려 하지 않고 자기들만 휴가와서 누리고 편하게 살려면 불편이 찾아오고 자연을 즐긴다고 하지만 지루해집니다.

사람은 사람 가운데 일어나는 일을 처리하면서 시공간 속에 사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자유는 독재자에 의해 망쳐지고, 평화는 부를 독점하려는 사람에 의해 잃어버리고, 기쁨은 나만 즐기려는 해서 사라집니다. 특별히 평화를 갈망하면서 자기 안일, 자기 편한 것, 안정, 만족을 얻으려고 하다가 모든 것을 잃어버리면 절망이 옵니다. 다정했던 한 공동체가 무너지는 이유는 자기 욕심을 부리거나, 자기 멋대로 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독점욕, 이기심, 시기 질투심이 하느님 나라의 반대이고 참 자유, 평화, 기쁨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자기를 떠나고, 섬기고, 나누고, 친교를 갖고, 하느님 주시는 믿음, 희망, 사랑 속에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