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랑은 너를 위해 죽는 것이다. <요한 3, 13-17> 9월 14일

생명이 살아가려면 죽음을 취해야 합니다. 산나물을 먹어도 사람 몸에 들어가면 나물은 생명을 잃게 되고 먹은 사람은 살게 됩니다. 살아있는 짐승도 죽지 않으면 밥상에 올려놓을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다른 생명을 먹고 살게 됩니다.

오늘 십자가 현양 축일, 우리는 십자가에 돌아가신 주님을 통해 구원되었으며 십자가의 죽음이 아니고는 부활의 영광 속에 참믿음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리스도 하느님의 죽음은 하느님 사랑의 최상 표현이며 그분을 통해 우리 죄인들은 죄에서 해방되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 자격증을 받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돼지도 직접 수도원에서 도살하여 소시지 만들었습니다. 우연히 소시지 만드는 방에 들어가 죽은 돼지털을 뽑다가 돼지가 불쌍하다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아니다. 이 돼지는 행복한 돼지다.’ 생각하며 “이제 수도자들의 밥상에 올라 거룩한 수도자들의 입을 통해 위장에 들어가 힘이 되어 하루에 6번 찬미 찬송하는 소리에 힘이 되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니 지금 죽어 누워있어도 나는 행복한 돼지입니다. 어쩌다가 여기 누워서 거룩한 수사님의 손에 목욕하고 깨끗해진 다음 멋있는 솜씨로 요리가 되어 거룩한 몸과 하나 되어 찬미에 참례하게 되었으니 이런 행복이 어디에 있는가?”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옛날 희생 제물로 받쳐진 양들과 같이 우리도 희생 없이는 주님 찬미가 의미 없습니다. 세상에 살면서 고난의 십자가를 피하지 않고 하느님 뜻 안에서 가난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믿음 안에서, 십자가 죽음 뒤에 부활의 영광에 참례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희생이 죽음에 이르지 않으면 참사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람 용서하세요. 저런 사람 용서하세요.” 하면 “나는 죽어도 이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용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주님은 죽음의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에 죽기까지 매 맞고, 가시관 쓰고, 비웃음에도 참고 견디셨으며 십자가의 행렬 속에 세 번이나 넘어지시고 마지막 세 번째는 더 이상 가시지 못할 정도였지만 일어나 끝까지 가셔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습니다.

“벗을 위하여 생명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 하신 것같이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신 나머지 십자가의 죽임을 당하시며 사랑을 증명하셨습니다.

우리는 기도의 시작과 마침에, 아침에 일어나면서, 잠을 자기 전에 정성껏 성호경을 놓으며 우주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찾아 만나고 믿음과 희망과 사랑 안에 삽니다.

오늘 천천히 십자가를 몸에 놓으면서 몸과 영이 하느님 사랑 안에 살게 됨을 감사하며 하루를 살기를 기도합니다.

십자가의 빛으로 어둠을 물리치고, 십자가의 힘으로 모든 고통을 이겨내고, 십자가의 영광인 부활의 영광에 참례하고, 십자가의 사랑으로 나 자신을 봉헌하며 가난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