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마태 19, 13-15> 8월 19일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분명히 세상에서 시작되었고 하느님 나라에 살아야 합니다.

힘없고, 가진 것 없고, 뛰어난 인물이 아니면 무시당하지만, 하느님 나라는 힘없는 사람, 가진 것 없는 사람, 이름 없는 사람의 나라입니다. 주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겨자씨와 누룩같이 숨겨지고 감추어진 것이라 하신 비유 말씀과 오늘 어린이와 같이 되어야 하느님 나라에 산다고 하신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주님은 제자들을 선택하실 때 힘 있는 사람, 가진 자, 명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힘없고 가난하고 이름 없는 사람을 선택하셨습니다. 수도원 70년 사에 68년을 함께 살며 입회했다가 나간 사람과 남아있는 사람을 보면 잘난 사람은 없고 못난 사람, 저 같은 사람만 남아 끝까지 가고 있습니다. 저와 수도원에 입회한 사람 중 한 사람은 서울대학 독문과 합격한 사람, 한 사람은 외교관처럼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한 사람은 수도원 나가서 대학교수가 되고, 한 사람은 예루살렘 대학을 졸업하고 성서학의 권위자가 되었습니다. 남아있는 저는 수도자로 힘없고 가진 것 없고 이름 없는 수도자로 여기 살고 있지만, 바로 여기가 하느님 나라입니다.

이 작은 역사 안에서 저는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수도원 안에서 행복하게 살며 하느님 나라의 겨자씨와 누룩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힘이 다하는 날까지 사람을 만나고, 상담하고, 묵상 글 쓰고 전합니다. 며칠 전 저를 안다고 하기에 “카톡을 합니까?” 하니 전에 하다가 끊었다고 하면서 같은 말 즉, 보잘것없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린이 같은 겸손한 사람들은 1,000명 가운데 100여 명은 “감사, 아멘”하고, 어떤 이는 “힘들게 살다가도 신부님 글을 보고 힘을 얻고 다시 일어났습니다.” 하기도 하고, 어떤 냉담자에게 글을 보내니 어느 날 “저는 오늘 성당에 가서 성사 보고 냉담 풀었습니다.” 하는 소리도 듣고 용기를 내어 봅니다.

요사이 유럽 교회가 죽어간다고 하는 소리, 교회 사람이 오지 않아 문을 닫거나 관리가 힘들어 성전을 팔아 카페가 되고 술집도 된다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까?’ 걱정하며 기도하지만, 지금의 현상은 그런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과학의 발달로 종교는 미신적이라 하지만, 과학의 발달보다 기도하기 전 삶의 요구가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생활에 불편함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입는 것, 먹는 것, 잠자는 것, 일용할 양식을 구하지 않아도 준비되어 있고 돈만 있으면 원하는 대로 얻을 수 있으니, 삶이 얼마나 편하게 되었습니까? 더 큰 것, 더 편한 것, 더 안전한 것을 원합니다. 예전에는 땅바닥에 음식 놓고 먹던 사람이 무릎 꿇고 상을 놓고 음식을 먹었지만, 지금은 의자에 앉아 삼천만 원짜리 식탁에서 식사하면서 아쉬움 없이 살고 있으니 하느님 찾을 마음도 없고 오로지 돈만 벌고, 세상의 높은 자리 차지하고, 명성을 찾아 얻으면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다 보니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하느님 잊고 그 안에 가득 차게 주시는 분을 잊고 제멋대로 살고 있습니다. 놀고 즐길 시간 없이 바쁘니 주님 찾을 시간이 없습니다. 부모 밑에서 돈 얻어서 먹고 배울 때 부모이지 자기가 돈 벌고 자립하게 되면 부모를 버리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그러나 탕자의 비유처럼 돈 갖고 부모 떠났다가 모든 것을 잃고 거지가 되어 아버지를 찾아가는 신세가 안되도록 부모님 찾고 하느님 아버지를 찾아 겸손한 마음으로 감사 찬미 드리며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