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의 청을 들어주는 자비심을 가지자 <마태 8, 1-4> 6월 30일

청원 기도는 가난한 마음으로 청해야 합니다. “주님,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이 겸손하고 온유한 청은 주님의 마음에 들어서 즉시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하시니 나병이 나았다고 합니다. 이 감동을 주는 현실은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는 사람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저는 18살까지 중학교에 못 가고 찰 남매 중 장남으로 가정을 도우며 월남하여 원산에서 부산까지 집, 재산 버리고 괴나리봇짐 하나 들고 떠돌다가 아버지가 직업을 구하시고 여유가 생겨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한 달 동안 매일 미사를 하며 청하고 “주님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기도 후 다시 공부할 기회를 주시고 신학교 입학할 때도 “입학이 안 되면 죽게 해주세요.” 하니 입학했습니다. 신부 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기도하는데, 대구 성모당에서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기에 매년 한 번 찾아가 사제가 되기를 묵주 기도하며 청원하니 제 밑에 세 반이 따라왔지만, 4명 중에 나 하나만 남고 그 밑에 반 전원 퇴원하고 그 밑에 반도, 그다음까지 다 나가고 그다음 두 사람이 남아 사제가 되었습니다.

겸손과 온유의 마음으로 청원하고 주님의 뜻 안에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며 살았습니다. 주님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수도원에 입회하여 70년 사는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주님의 손길을 느끼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기도하는 사람은 더 큰 실망을 하게 됩니다.

어떤 본당에 잘 입고 귀부인처럼 차려입은 여인이 본당신부를 찾아와 “우리 아들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데 일이 잘되도록 미사를 청합니다.” 하고 많은 돈 봉투를 내밀면서 “꼭 잘되도록 기도와 미사를 청합니다. 그런데 본당에 신부님이 세 분 계시는데, 어느 신부님이 기도발이 강합니까?” 이 말을 듣고 본당신부는 “저는 아닙니다. 새로 부임 온 아무 신부님이 기도발이 강합니다.” 그래서 그 신부님 찾아가 미사 부탁을 하고 돌아갔습니다. 6개월 만에 미사 청한 신부님 찾아가 “미사예물 도로 내주세요. 효험이 없이 시작한 일이 잘 안돼서 사업을 청산했습니다.” 하여 미사예물을 도로 가져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아시겠습니까? 자만심과 교만한 마음으로 끝내 주님의 뜻을 찾지 않고, 그대로 감사의 마음을 갖지 않고 하느님과 흥정하듯이 기도했으니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지 않는 분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이고 하느님 뜻에 맞는 것을 청하면 언제나 주시고 특별히 가난한 마음으로 청하면 가난한 자의 청을 들어주십니다.

우리도 가난한 사람의 청을 알아듣고 응답하며 살기를 기도합니다. 지금 북쪽의 우리 민족이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 고무풍선에 다른 것 넣지 말고 먹을 것 넣어 날려 보내면 어떨까요?

구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마음이 일어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