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시작보다 마무리가 중요합니다. <마태 5, 17-19> 6월 14일

하느님의 하늘과 땅의 창조 목적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그 뜻을 따라 사는 사람은 가장 지혜롭고 세상에 나온 가치를 알고 완성하는 사람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나름대로 존재의 의미가 있으며 하느님은 이를 위하여 이런 사건, 저런 사람을 통해 말씀으로 전하고 시작과 마무리를 하시는 분이고 뜻대로 시작한 것을 중단하시거나 폐기하시지 않고 완성의 단계로 이끄시는 분입니다. 우리의 믿음인 주님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는 하느님의 모든 행위에 가장 높은 마무리입니다.

만일 주님께서 죽음으로 끝났으면 시작만 있고 마무리는 없는 것이 되었겠지만, 부활하심으로써 믿고 바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삶입니다.

어제 우연히 대구에 볼일이 있어 대구 교구청에 들러서 성직자 묘지에 참배했습니다. 그 많은 무덤에 묻힌 선후배와 함께 이 교구에서 사목을 함께 한 일들, 그분들에게 듣고, 보여주고, 받은 일들을 되새기며 마음에 한없는 평화가 나의 마음을 울려주어 몇 분의 묘 앞에 서서 기도하며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돌아와 나의 마무리를 생각했습니다. 오늘 복음에 “세상에서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까지 율법의 한 획도 없어지지 않는다.” 하십니다.

하느님 말씀과 업적은 영원한 것입니다. 세상은 사라져도 하느님은 영원하신 분이어서 마무리는 영원 안에서 영원히 이루어지고 완성됩니다. 무덤에 고이 누워계시고 하느님과 함께 사시는 먼저 가신 임들이 하신 일, 사시던 세상이 당신의 후배와 살아있는 이들을 통해 이어지고 여기에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집니다.

몸은 비록 땅에 묻혀있지만, 영은 “하늘나라에 큰 사람 되어” 하느님과 함께 영원한 삶을 살며 완전한 마무리를 하셨습니다.

우리가 세상 끝날 가야 할 곳은 여기이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라 하느님 품 안이 마무리입니다. 어떤 이가 세상에서 부귀영화 명성을 누리다가 초라하게 세상을 떠나는 것을 한탄하며 한숨지으며 떠나는 모습을 보고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가 끝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 하느님과 함께 영원히 사는 것이 끝입니다.”

오늘 “나는 폐지하러 오지 않고 완성하려고 왔다.” 주님은 흩으시는 분이 아니라, 모으시는 분이며 사라져 없어지게 하시는 분이 아니라, 모아서 있게 하시는 분입니다. 주님과 함께 사는 사람은 매사에 감사하며 어떤 경우를 당해도 감사의 여지가 있습니다.

어제 차를 타고 건널목에 이르려 지나가는 두 여자가 다리를 절며 건너는 모습을 보며 차를 운전하는 부제에게 “참으로 우리는 감사할 일만 있네요.” 장애 없이 보고, 듣고, 양팔을 움직이고, 양다리가 성하고, 장애 없이 지금껏 산 것,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돌아오면서 나라 걱정, 교회 걱정, 수도원 걱정하며 오던 말을 감사의 말로 바꾸어 우리는 매사를 주님 안에서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참고, 견디고, 사는 것이 주님의 뜻이라 생각합니다.

주님의 뜻을 내 안에서, 우리 안에서 마무리 지으며 살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아침 기도 독서 로마서 8, 35-38에 “믿는 사람이나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주님에게서 우리를 떼어놓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읽어 보세요. 희망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