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는 고통 중에 있는 사람을 돕는 마음 <요한 20, 19-31> 4월 16일

우리를 고통으로 이끄는 일은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는 고해의 늪 속에서 헤매며 살고 있습니다. 모든 이는 자비가 필요하고 자비를 받아야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하느님의 자비 축일을 지내며 자비의 뜻을 마음 깊이 새기며 살아가고 “하느님의 자비는 영원하시다.” 하며 찬미합니다.

자비란 말의 다른 뜻은 “자신을 낮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아담이 주님의 뜻을 거슬러 낙원에서 쫓겨났을 때 창세기는 처음부터 하느님의 자비를 나타내셨고 하느님이 사람의 자리로 낮추어 오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 약속을 이행하시려고 하느님이 사람이 되셔서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부활하셨습니다. 만일 하느님이 높은 자리에 계시며 인간의 처지를 “가련하다. 불쌍하다.”라고만 하셨다면 우리는 이 처지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우리와 똑같이 사람으로 여인의 몸에서 태어나셔서 성장 과정을 겪으시고, 온갖 고통에 시달리고, 마지막에는 죄 없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형벌을 받고 골고타 언덕에 승리의 십자가를 세우시고, 만민에게 구원의 길을 비추시며 어둠을 비추고, 소금이 되셔서 부패를 방지하고, 멋있는 세상과 맛깔스러운 세상을 만드셔서 우리에게 넘겨주시고, 이렇게 자비를 베풀며 살도록 이끄십니다.

오늘 복음도 의심과 두려움에 쌓인 제자들 앞에 나타나셔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시며 평화를 전해주시며 40일간 하늘로 승천하시지 않고 제자들 곁에 현존하시며 함께 계시고 그들의 가련한 처지를 돌보셨습니다.

우리의 기도는 언제나 가련한 처지에서 주님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립니다.

하느님의 손길은 눈에 보이는 것이어야 합니다. 역사 안에 하느님 현존하시며 역사를 주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며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것을 먼저 창조하시고 준비된 상태에서 사람을 마지막에 창조하셨습니다.

저는 하느님의 자비를 숨 쉬며 느끼고, 태양의 힘을 받으며 느끼고, 땅을 디디고 있으면서 모든 먹거리가 땅에서 나오는 것을 생각하며 느끼며, 흐르는 물을 보고 저 물이 아니면 목마르고 갈증을 해결할 길이 없음을 생각하며 마시며,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느낍니다.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하느님 사람이 되셔서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며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이며 다행한 일인가? 하느님은 성부, 성자, 성령이 사랑으로 하나이신 것같이 사랑 자체이시고 사랑으로 세상을 창조하셔서 나 같은 존재를 살게 하시니 얼마나 그 사랑 위대하고 그 자비 크십니까? 이런 분을 알게 하시고 그 안에 살게 하신 것은 참으로 행복입니다. 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을 낮추지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한 계단만 자기를 낮추시면 하느님 자비에 접근하고 자비 주일, 자비 기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자비를 베풀며 사는 사람은 자기를 낮추며 낮은 자리에 가는 사람입니다.

모두 마음이 가난한 이로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