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이 고통을 받으시고 우리를 구원하신 주님 <이사야 52, 13-53, 12> 4월 7일

오늘은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후 가장 놀랍고 위대한 역사가 인류 역사 안에 이루어진 날입니다. 죄 없는 주님이 사랑 때문에 우리 죄를 대신하여 인간이 당하는 온갖 고통 이상의 것을 마주 나가 당하시며 인류 구원이 이루어졌음을 기념하고 온 인류가 따라 살아야 하는 뜻을 깊이 새기는 날입니다.

오늘 이사야서를 보면서 묵상 기도를 하면 이 사건은 돌발적 사건도 아니요, 인간이 만들어낸 사건도 아닌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 중의 뜻입니다. 인간의 탓으로 고난에 참례하고 온갖 고통을 당하여 결국은 십자가의 죽음으로 인류가 새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시련과 고통과 죽음으로 참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를 깨닫고 그 뜻을 받아들이며 살아야 함을 다시 다짐하는 날입니다. 우리도 좋은 일만 하고도 무거운 책임 때문에 억울하게 당하는 것이 많은 이들의 힘이 되고 삶의 의미가 되는지 깊이 깨닫고 살아야 합니다.

십자가의 길 기도나 묵주 기도 고통의 신비를 성모님과 함께 묵상 기도하면서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피땀 흘리심, 매 맞으심, 가시관을 쓰심, 십자가를 지심,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심을 깊이 묵상하며 주님이 가신 길을 따라가면서 주님의 길을 함께 가는 생각으로 기도합니다. 오늘 기념 날이 아니라, 우리가 일생 걸어가야 하는 의무를 마음 깊이 되새기는 날이며 일상에서 겪는 고통과 뒤에 짊어진 십자가를 주님과 함께 저 높은 곳에 세울 때까지 지고 주님의 수난에 동참하겠다는 굳은 결심과 실천을 하는 날입니다.

성금요일, 옛 예언자의 말씀과 주님 시대의 현실과 역사 안에서 주님을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삶의 형태를 받아들이는 삶이 이 땅에 하느님 나라가 임하시는 일이 됩니다. 며칠 전 “이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가장 필요한 사람이 누구냐?” 하고 수련자, 청원자에게 강의하다 묻고 그들을 바라보니 수련자가 자기를 가리키며 자기라고 합니다.

사실 오늘 천 명, 만 명이 희생한다고 악의 세상이 구원되는 것이 아니지만, 나 한 사람의 희생이 요구됩니다.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니면 구원은 영원히 불가능합니다. ‘나 아니면 누가 하겠지’ 하는 사람은 불이 난 것 보고 ‘다른 이가 불을 끄겠지’ 하는 동안 불길은 내 옷을 태우고 나는 불길에 휩싸이게 됩니다. 내가 아니면 불을 끌 사람 없고 버려두면 불은 온 산을 다 태웁니다.

저는 길을 가다가 노숙자나 구걸하는 사람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가난한 수도자가 무슨 돈으로?” 하지만 40년의 사목 생활하는 동안 만난 사람들의 어려운 사정을 보고 살아서 죽을 때까지 필요한 약간의 돈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그 대신 저는 담배 술을 끊고 요사이는 차도 없고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가 되려고 살고 있습니다. 수도원 당가 실에 커피 한잔 먹고 싶다고 저를 찾아와 “커피값” 하면 줍니다. 없을 때 필요가 생기면 힘들지만, 그것도 인내하고 기다립니다.

나의 이기심, 체면, 부끄러움 생각하며 살면 사랑해야 할 때 사랑하지 못합니다.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려는 사람은 자기희생 없이는 사랑하지 못합니다.

나를 버리고 세상 구원에 앞장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