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이 주시는 물을 마시는 사람 행복하다. <요한 4, 5-42> 3월 12일

살기 위해 숨 쉬고 태양의 힘을 받고 물도 마셔야 하지만 주님은 악마의 유혹 받으시며 돌을 빵으로 변화시켜 먹으라고 하니 “사람은 빵으로만 살지 않고 하느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산다.” 하셨듯이 오늘 야곱의 우물가에서 “이 물을 마시면 다시 갈증이 생기지만,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하십니다.

어제 대구에 집 축복식에 초대되어 갔다가 밥상도 없고, 의자도 없고, 농장도 없는 빈집 같은 집을 축복하며 일 년 전 이 집을 버리고 다른 곳에 살려고 했는데, 이 집에 살기 위해 다시 시작하지만, 가구는 필요가 없고 여행 온 것같이 이대로 살겠다고 했습니다. “일 년 전에 있던 모든 것을 치우면서 쓸모없는 것 끌어안고 산 것을 생각하니 단순하게 살겠습니다.” 하는 말씀 듣고 살다 보면 필요한 것 생기겠지만, 그래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전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단순하게 살겠다는 결심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제방은 70에 은퇴하면서 버리고 버린 후 아직도 버려야 할 것이 있어 청소해야 합니다. 책도 몇 차례 수도원 도서실에 넘기고 50년 사용한 노트도 어느 날 후배 신부가 어디다 가져갔는지 없어지고 단순하게 살고 있습니다. 내가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세월도 지나가고 친구도 사라지고 떠나고 알던 사람이 모르는 사람이 되어도 내가 지켜야 할 것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하느님만 잊지 않고 버리지 않으면 모든 것이 충족합니다.

저는 어느 시기에 하느님 소리 듣고, 하느님 보고, 하느님 말씀에 맛 들이고 살면서 하느님의 현존 안에 믿음, 희망, 사랑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사마리아인들이 직접 주님을 뵙고 사마리아 여인의 말을 듣고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직접 주님을 만나보고 믿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같이 우리의 믿음도 사람의 말을 들어서가 아니라, 각자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알고 믿으며 따라 살게 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것은 있는 것 같아도 없어지고 사라져 버리고 귀하다고 생각한 것이 더 귀한 것이 있으면 버리거나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땅에 묻힌 보화를 발견한 사람은 집에 돌아가 가진 바를 다 팔아서 보화가 묻힌 땅을 산다고 하듯이 저는 어느 날 주님이 저의 전부이며 가장 소중한 하느님 아버지인 것을 알고 모든 것을 버리고 빈 몸으로 수도원 찾아왔습니다. 많은 시련도 있었지만, 열두 고개를 넘어 70년을 살아내고 나이 90이 되었습니다.

사순절 잃었던 주님을 찾으시고 지나가는 모든 것에 마음 빼앗기지 말고 오직 진실의 근원이며, 선의 최고봉이며, 생명의 원천이신 아버지 하느님을 찾아 만나고 함께 영원히 살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에서 믿음을 이어가는 참 길은 내비게이션이 알려 주어서가 아니고 내가 길을 익혀야 바로 찾아갑니다. 어제 차를 운전하는 사람 내비게이션 보고 가신다고 해서 저는 아는 길을 함께 가자고 해서 가까운 길을 알려주고 가는데, 내비게이션만 보시던 분은 아닌데 핸들을 돌려 아닌 길을 가기에 “아닌데? 하지만 조금 있다가 유턴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길을 돌아 목적지에 도달했습니다. 이같이 알려주어 얻은 믿음은 길을 바로 찾지 못하지만, 체험으로 아는 길을 따라가면 쉽게 가야 할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참믿음은 체험이나 깨우쳐 얻은 믿음이어야 진실과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