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참모습을 보여주신 참 의미 <마르코 9, 2-13> 2월 18일

사람은 아무리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어도 나이 들면 주름이 생기고, 피부는 검어지고, 아름다움이 사라져갑니다. 탄력 있던 근육도 힘을 잃고 보기에 흉하게 됩니다. 오늘 주님의 하느님 앞에서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변화된 모습은 성인들의 후광 속 사진보다 더 놀랍게 변화된 모습입니다.

어느 날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이 천국을 들여다보니 하느님 한 분인 것을 몰랐으면 ‘왜 하느님이 이렇게 많은가?’ 하는 생각을 했을 거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비록 못나고 찌드러진 얼굴이지만, 주님 앞에 있으면 그 아름다움, 깨끗함, 신선함을 바라고 살 만합니다.

저는 제사 때마다 늙어서 쭈글쭈글한 어머님 영정 사진을 놓고 눈을 감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들어 보기도 합니다. 그러면 세상에서 하느님 뜻대로 사셨으니 아름답고 행복하게 계시는 영상이 떠오릅니다.

오늘 죽은 다음 세상이 아니라, 살아 계시면서 이 세상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얼떨결에 한 베드로 사도의 말이었지만, “스승님, 우리 여기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한 것처럼 지금 당신이 사는 공동체를 그렇게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어제 우리 수도원 오랜만에 정기 총회가 있었는데 부산, 서울, 광주에서 회의 참석차 왔던 사람들이 회의 끝나자 썰물처럼 각기 자기 떠나온 자리로 돌아간 저녁 기도 시간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만나서 저녁도 함께 먹고, 기도도 하고, 휴게 시간에 이야기도 나누며 지난 일, 앞으로 일을 이야기하며 지내는 시간도 없이 시장 보고 장바구니 들고 집에 가듯이 사라진 자리가 쓸쓸해 보였습니다. ‘일생을 함께 살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무정할까? 너무나 자기중심이 아닌가? 웃는 얼굴 보고 보여주고 아름답게 사는 모습과 자세를 나누는 시간이 바로 친교 시간이며 서로 사랑하는 시간이 아닌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천국과 지옥을 경험합니다. 천국은 서로 마주 보며 웃는 사람들의 모임이고 지옥은 서로 찡그린 얼굴을 하며 사는 모임입니다. 수도원에서도 천국과 지옥을 체험하며 살고 한 가정에서도 서로 웃는 얼굴과 찡그린 얼굴이 있습니다. 주님의 빛나는 얼굴은 자유, 평화, 기쁨이 있는 얼굴입니다.

우리도 변모된 얼굴을 하고 살기를 기도합니다. 지옥 같은 세상에 살다가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천국에서 천국으로 가도록 아름다운 얼굴, 깨끗한 얼굴, 순진한 얼굴 하면서 서로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