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따라 살려는 사람 십자가와 함께 <마르코 8, 27-33> 2월 16일

농부가 봄에 눈물을 흘리며 씨앗을 뿌려야 가을에 기쁨의 곡식을 거두어드립니다. 높은 지식을 얻으려면 피땀 나는 노력 없이 불가능합니다. 주님은 세상을 악에서 구원하시려고 십자가를 지고 산에 오르셨습니다. 우뚝 선 십자가를 보여주십니다. 도미니코 사비에르 성인은 형제들이 싸울 때 손에 주님의 십자가를 들고 싸움을 말렸다고 합니다.

수도원의 아빠스가 되면 목에 십자가를 맵니다. 영광의 표가 아니라, 주님의 십자가를 따르겠다는 표입니다. 교회의 주교와 교황님들이 십자가를 목에 걸고 다니는 것은 “나는 편하고 안락한 길을 가지 않고 십자가의 길을 걷겠습니다.”라는 뜻입니다.

주님의 길에 십자가 없으면 믿음이 굳게 성장하지 못하고 쉽게 사라져 갔을 것입니다. 교회의 역사가 평탄하지만은 않고 어렵고 힘들지만, 주님 십자가의 은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로마 가톨릭만 한 수난의 역사는 없으며 꿋꿋하게 서 있는 역사적 결과도 없습니다. 로마에 자리 잡기 위해 300년 피의 수난 역사입니다. 한국만 해도 100년 피의 수난 역사가 오늘날 교회 역사를 만들어냈습니다. 같은 주님을 믿는다고 해도 개신교의 역사는 천주교만큼 피로 쌓은 교회는 없습니다.

한국의 수많은 성지는 믿음을 지키고 주님을 따르려고 흘린 피의 역사 현장입니다.

하느님 뜻을 실천하는 교회는 십자가 없이는 단단하지 못합니다. 역사적 사실에 몇몇 사람의 잘못을 놓고 교회는 망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너무나 성급한 판단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베드로 사도처럼 주님의 십자가 죽음을 “아니 됩니다.” 하여 사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고 책망을 들었지만 되돌아가서 십자가에 거꾸로 달려서 순교한 것처럼 우리도 편하기 위해서 믿음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당하는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더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 주님의 일을 하는 사람은 박해받게 됩니다. 자연이 그 이치를 알려줍니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지 않으면 새싹이 트지 못하여 밀알 하나만 남습니다. 사랑은 네가 나를 위해 죽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위하여 죽는 것입니다. 내 죽음이 아니면 가을에 풍성한 결실을 기대하지 못하듯 내가 십자가를 피하면 아무 결실도 없는 삶이 됩니다.

무엇이 성장하고 자라기 위하여 네가 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죽어야 바로 되고 성장한다는 사실을 깨우쳐야 합니다. 교회가 오랜 역사 안에서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남아 구원을 받게 되는 것은 십자가의 길을 알고 따라 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크나 작으나 주어진 십자가를 받아 짊어지고 주님 따라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