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현존을 많은 표징으로 보여 주신다. <마르코 8, 11-13> 2월 13일

요즘 세상은 자격증 시대입니다. 제가 대한민국 사람인 것도 증명하려면 주민등록증이 있어야 하고 역사적 흔적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농촌운동을 교회 안에서 했다는 표징은 우리 집<수도원> 역사 전시실의 68년도에 찍은 사진 한 장이 증명해줍니다. 교황 대사와 몇 분의 주교님들과 농림부 장관 하신 분과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주님이 세상에 오셔서 구원사업을 하신 것을 역사가 증언하는 증표가 너무나 많이 있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셔서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은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 것을 보고도 모르고, 들려주어도 깨닫지 못하고, 하느님 봐야 믿겠다고 하면서 징표를 구하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있다는 증표는 하느님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인데 지금 나를 살리고, 살게 하시고, 성장하게 하시는 징표가 없으면 나는 여기 살아있지 못합니다.

내가 살기 위해 뒷받침해 주는 것들은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하느님이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저절로 생겨났다면 나는 저절로 존재하는 것밖에 의미가 없습니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내 존재의 의미가 있고 그 의미를 찾아 아는 것이 나를 알고 너를 아는 것이며 진, 선, 미의 세상을 의미 있게 사는 것입니다.

믿음, 서로 신뢰감이 없이 산다는 것, 희망 없이 산다는 것, 사랑 없이 산다는 것 너무나 황당한 세상입니다.

시편 41에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내 영혼 하느님을 그리나이다.” 하듯 하느님 찾는 사람은 어디서나 하느님 현존의 징표를 볼 수 있습니다. 집회서 36, 1-7에 “당신을 찾지 않은 백성에게 위엄을 보여주소서.... 당신의 업적을 전하게 하소서.”

우선 내가 아침에 일어나 숨을 쉬고 생명을 이어가도록 산소가 있어 살고, 태양의 힘이 나에게 빛을 줘서 살고, 흐르는 물 한 모금 마시면서 기운 차려서 일어나고, 아침 밥상에, 흙에서 나온 음식을 먹음으로 살아갑니다. 이 모든 징표를 못 본다고 한다면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장님입니다.

어떤 사람이 팔십 평생 장님으로 살다가 눈을 뜨게 된 이야기입니다. 코로나로 병원에 입원하고 산소 호흡기를 달고 병이 나아서 산소 호흡기값 청구서를 보고 울면서 그동안 하느님 주신 산소를 공짜로 마시면서 감사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의 징표 속에 살면서 시편 18장 1-7까지 보면 아침에 태양이 동쪽에 떠오름을 보고 “하늘은 하느님의 영광을 이야기하고 창공은 그 손수 하신 일을 알려주도다.” 하십니다.

이렇게 그 많은 징표 속에 살고 있으면서 주님을 주님으로 보지 못한 그 시대 사람처럼 우리도 하느님을 못 알아보고 또 다른 징표를 구한다면 지혜롭지 못한 사람입니다.

미사를 통해 하느님이 주신 기적의 징표인 성체를 영하면서 감사 찬미하고 주님의 영광을 찾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