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이 없어 죽는 사람, 병든 사람과 나누자 <마르코 8, 1-10> 2월 11일

매스컴을 통해 굶주리는 사람과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사람들과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배고픔은 서러움 중 가장 서러운 일이라고 합니다. 다른 나라가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 안에서 굶다가 자살하는 사람 이야기도 들립니다. 저는 일제 강점기 시대부터 집안 쌀독에 곡식이 떨어져 원산에서 삼방이란 산골에 곡식을 구하러 갔다가 그것도 곡식을 배에 두르고 몰래 가져오시는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곡식의 유통이 배급 제도로 인해 자유롭게 운반하지 못하던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해방되어 일본 사람이 군량미로 저축한 창고에 사람들이 들어가 가져갔는데 거의 식량이었습니다.

월남해서 변변한 직업도 없는 아버지는 친척 집과 친구 집을 다니며 저녁에 쌀 한 되 얻어서 오면 기쁨으로 저녁을 먹던 때가 생각납니다. 밥상을 차리면 밑에 동생과 밥그릇 싸움을 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가을이면 감자밭, 고구마밭을 다니며 거두어간 밭을 뒤져서 이삭을 주워 오고 김장 때는 잘라서 버린 무청을 주워다가 소금에 절여 겨우내 먹던 생각도 납니다. 이렇게 먹거리가 없던 시절에 자라다가 전쟁이 나고 미국에서 밀가루, 강냉이 가루, 월남에서 오는 월남 쌀 먹으며 흔히 쓰던“보릿고개”라는 것도 겪었습니다. 60년대 농촌 도시 없이 “잘살아보세”라는 노래와 함께 먹거리, 의복 등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고 많은 사람은 걱정 없이 살지만, 아직도 굶는 것을 참지 못해서 죽음을 택하는 가정이 있다는 것은 우리 각자의 책임입니다.

오늘 주님은 당신을 따라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5,000명 이상 되는 사람을 먹이신 빵의 기적은 그 당시 어려운 사정을 해결하신 것뿐 아니라, 오늘날 그런 상황이 일어나면 기적으로도 해결하도록 보여주신 것입니다.

60년도에 사제가 되어 본당이라고 가보니 모두가 먹는 것이 부실해서 성당 뒷마당에 양계장을 지어 닭을 먹이고, 양도 키우면서 양이 젖을 짜서 먹기도 하고, 판매도 해보기도 하고, 돼지도 스무 마리를 키웠지만 한 마리도 팔지 않고 신자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병아리 부화장까지 만들어 무정란이 나오면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가 되어 삶아 먹고, 본당이 금오산 길목이어서 외지에서 산을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들어오면 사제관 식당은 손님 대접하는 식당이 되어 찾아오는 수녀님도 있었으며, 누구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함께 식사를 나누었습니다. 본당의 이름 있는 날은 큰 솥을 장만하여 신자 전체가 잔칫상 받듯이 음식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잔치 좋아하는 신부로 이름이 났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명절이나 잔칫집, 초상집에 가야 돼지고기 한 모타리 얻어먹던 시대입니다. 먹는 것이 소중한 시대였습니다.

지금은 나이 들어 수도원에 살면서 휴게실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간식거리가 없어 허전했는데 저에게 돈을 주는 사람이 있어 간식을 조금씩 준비하여 가져다 놓으면 젊은 수도자들이 좋아하여 보기 좋아 끊어지지 않게 준비하면 다른 수도자들도 들어오는 선물과 먹거리를 내놓아 즐겁게 간식을 나누어 듭니다. 바로 그것이 행복이고 기쁨입니다.

좀 더 범위를 넓혀 세상을 바라보고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서로 나누며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