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과 빛이 없어서는 살아갈 수 없다. <마태 5, 13-16> 2월 5일

그러나 소금이나 빛은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소금이나 빛은 다른 것과 연관되어 존재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도 아무리 높은 권력이 있거나 돈이 많아도, 명예가 있어도 싱거워진 소금이나 함지 속의 빛이며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옛말에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하였고 빛이 아무리 강해도 가려져 있으면 빛의 역할을 못 하게 됩니다. 일식 현상에서 달에 가린 태양은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닥쳐옵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 말의 의미를 따라 실천하지 않으면 죽은 말이 됩니다.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문 닫고 집안에만 있으면 소용이 없으며 잘 드는 칼도 버려두면 녹슬고 사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빛이다.” 하시는 말씀은 서로 사랑하며 자신을 소모하라는 말씀입니다.

물속에 들어간 소금은 짠 물을 만들고 어둠을 비추는 등경 위의 빛은 사방을 비추며 봐야 할 것을 보게 하고 바르게 처신하라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이 어떤 모양으로든지 존재만 하신다면 이런저런 세상을 볼 수 없으며 적막과 정지 상태로 있으나 없으나 같은 존재가 됩니다.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하느님 존재의 의미를 표출하고, 보여주고, 들려주고, 성장시켜 주심으로서 우리는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해 살고 있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그 의미대로 작용해야 합니다. 2월 2일 두 사람의 젊은 지원자가 입학하니 성당, 식당, 복도가 다른 집처럼 느껴지고 활기찬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저 젊은이들이 소금이며 빛이 되어 함께 사는 의미를 드러냅니다.

요사이 어디서 소문을 듣고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왜관 수도원 가보세요.” 말을 듣고 와서 약속하고 만나게 되는데, 존재 의미는 주님께서 준비해주셨습니다. 소금으로, 빛으로 그러나 드러나지 않게 가두어 두면 찾지도 않고 만나지도 못하면 제 역할은 싱거워진 소금이며 등경 위가 아니라, 함지 속의 빛일 뿐입니다.

주일날 미사 끝나기 전 안내실 로비에 나가서 수도원 미사 오신 분들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필요하신 대로 사용하시라고 묻기도 하고, 묵주 축복도 주고, 인사도 나누며 수도원 안내도 합니다. 어떤 이는 “화장실 어디로 가야 합니까?” 가끔 어린아이들에게 초콜릿이나 사탕을 나누어주기도 합니다.

주님은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시려고 십자가의 죽임까지 당하실 것을 아시고도 세상에 오셔서 여기저기 복음을 전하시고 구원의 길로 세상을 이끄셨습니다. 주님을 따라 사는 소금처럼 다른 것에 들어가 맛을 내고 썩는 것을 방지하고, 물건을 단단하게 하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합니다.

촛불이 자기 몸을 태우며 어둠을 비추고, 길을 찾아가게 하고, 앞뒤를 분간하게 하고, 취할 것 버릴 것을 알게 하고, 분별력 있게 바르게 살도록 하는 것같이 길잡이는 진실의 참모습 서로 마주 보고 사랑하는 삶을 살도록 빛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도 소금으로, 빛으로 자신을 소모하여 세상에 유익한 존재로 남아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