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들에게 자비를 베풀려고 오신 분 <마르코 2, 13-17> 1월 14일

주님은 자기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고 잘 만드신 창조물을 보고 자랑하시러 오시지 않고, 잘난 사람과 함께하며 하신 일을 찬미 찬송 받으러 오시지 않고, 편하고 높은 자리를 탐하며 흠숭 받으러 오시지 않고, 가장 비천하고 가난하게 오셨습니다. 냄새나는 집도 없이, 냄새나는 말구유에 오시고 가장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30이 될 때까지 목수의 아들로 가난과 고통을 다 겪으시며 오셔서 “나는 의인을 위하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하십니다.

주님의 일생은 어둠을 비추는 빛입니다. 태양의 빛이 어둠에 필요하듯 주님은 죄와 악이 넘치는 곳에 빛으로 구원자로 움직이십니다. 우리가 모두 사는 곳은 어둡고, 고통스럽고, 불편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하고, 거짓과 속임수, 사기가 넘치는 유치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전하기 위해 오신 주님은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그들 안에 머물러 계시고 그들과 함께하십니다.

저는 어려서 성 니고나오의 행적과 비유의 말을 듣고 바로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하고 힘든 일,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며 사제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는 하느님이 사막의 은수자와 니고나오 성인을 천국에 초대했습니다. 모두 의관을 차려입고 초대에 응하여 가는 길에 짐꾼이 리어카를 끌고 가다가 시궁창에 빠져 고생하는 것을 보고 사막의 성인은 “그냥 가자” 하며 혹시 잘못하여 옷이 더러워지면 하느님께 실례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니고나오 성인은 그래도 저 혼자 고생하는 이를 도와서 시궁창에서 리어카를 끌어내 주었다고 합니다. 옷은 엉망진창 되어 하느님 앞에 서 있을 때 “그 옷이 뭔가?”하고 노기 찬 얼굴을 하셨지만, 겸손하게 길에서 일어난 일을 설명하며 죄송하다고 하니 하느님 크게 웃으시며 “알고 있다.” 하시며 축일을 일 년에 두 번 지내는 선물을 주셨다고 합니다. 살다 보면 오해도 받고 욕도 먹지만 그래도 죄인을 구하려면 그 자리에 내가 있어야 합니다.

사목하면서 죄를 짓거나 교회법을 어겨서 고생하는 사람, 성당에 나오지 못하는 사람과 성당에 나오도록 서로 약속하고 나오는데 다음 오신 신부가 전 신부가 잘못한 것이니 성당에 나오지 말라고 하여 문제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교회법이 바뀌어서 수도원 성당에서 혼인성사하고 신앙생활 잘하고 있습니다. 이런 예는 한둘이 아닙니다.

주님은 막달라 마리아로 인해 오해받았지만, 죄녀를 구하신 이유는 거절하지 않고 향유를 깨고 주님의 발에 붓고 머리카락으로 씻어 드렸기 때문에 받아들여서 성녀가 되었습니다.

바리사이들이 “저 사람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요?” 했지만,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하셨습니다. 우리도 죄인 속에 살며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미사 때 주님이 죄인을 부르시는 이유는 자비 송을 통해, 죄의 용서를 통해 하느님과 하나가 됩니다. 성경에 오신 주님은 고관, 부자, 명성 있는 사람과 함께 있었다는 말은 없고 죄인과 고통을 당하는 사람, 소외된 사람 가운데 계셨다고 합니다.

우리의 믿음은 이 죄인과 고통 중에 있는 사람 구하는 것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