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밤에 이루어져 밤이 낮이 되다. <요한 1, 1-18> 12월 25일

캄캄한 밤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고 보이는 것 없어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우주의 시작, 나의 시작, 나의 갈 길 찾아주고, 볼 수 없는 것 보게 하는 분, 선조들이 알고 싶고, 보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분을 만나게 된 역사적 밤이 지나 아침이 오고, 볼 것을 보고, 갈 길을 찾아가고, 들을 말을 듣고, 진실한 사랑을 하게 된 지난밤이었습니다.

베들레헴 외양간에 하늘과 땅의 주인이 나타나셨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먼저, 밤에도 양치는 목자들에게 천사의 이르는 말을 따라 눈으로 볼 수 없는 하느님을 보게 하며 온 인류가 찬미 찬송하며 하느님을 찾아보고 어둠을 비추며 만나고 함께 할 분이 누구신지 깨닫게 된 밤이었습니다. 믿음의 선조 아브라함이 만나고 순종한 분, 야곱이 만나서 씨름하던 분,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게 하신 분, 다윗이 골리앗을 넘어트려 나라를 구하게 하신 분, 많은 예언자에게 귓속말로 들려준 말을 직접 알아듣게 하신 분, 장차 큰 업적을 남기고 영원한 생명을 나누어주시려고 진실과 사랑으로 나를 사랑하는 이유만으로 십자가에 돌아가신 분을 빛 속에 만나게 된 기쁨에 찬 밤이었습니다.

오늘 요한 사도는 복음 시작에 오신 분이 누구신지 분명히 전해 주셨습니다. 하느님 말씀으로 하늘과 땅이 무에서 유로 창조되었고 그 말씀의 주인이 바로 어젯밤에 말 구유에서 강보에 싸여 태어나신 분, 바로 장구한 역사를 만들고 빛으로 오신 하느님이셨습니다. 믿음을 갖게 하시고 희망을 품고 성부, 성자, 성령이 사랑으로 하나인 것 같이 우리가 서로 사랑하며 시공간을 메워 가며 살도록 이끄시는 분, 죽어서 함께하는 분이 아니라 살아서 만나 함께하시려고, 험하고 어렵고 힘들게 사는 우리에게 진실과 사랑을 주시려고 어둠을 비추며 바로 여기 내가 있는 곳에 오셨습니다. 고요한 이 밤에 조용히 이슬이 내려앉듯, 눈이 온 천지를 소리 없이 하얗게 하듯 오셔서 온천지가 밝게 빛나도록 하셨습니다.

밤 미사를 지나고 서로 축하 인사 속에 “예수님의 성탄을 축하합니다. 인사 나누며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리듯 아침을 맞이하여 묵상 글 씁니다. ‘주님이 아니시면 어떻게 볼 수 없던 창조주 하느님을 보고 그렇게 찾아 헤매던 분과 손을 마주 잡고 함께 희망의 나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평화로이 깊은 잠을 자고 ‘이 생명 다하도록 찬미 찬송의 날을 보낼까?’ 하며 눈을 뜨니 밤의 감격이 내 뼛속까지 숨어들어 ‘주님이 아니시면 나의 존재 안에 진실이 어디 있으며 이런 참삶인 사랑의 마음이 일어날까? 역사의 주인과 함께 역사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고 살고 살아야 함이 얼마나 벅찬 감동의 삶인가?’ 생각했습니다. 아침 찬미가를 노래하며 낮 성탄 미사를 준비하고 성전으로 가려고 합니다.

여기 각자 앞에 오신 주님 찬미 찬송하며 기쁨을 품고 앞으로 서로 손잡고 감사 찬미하기를 기도합니다. 주님 함께 계시는데 무엇이 부족합니까? 진실과 사랑으로 충만하게 살기를 다시 기도합니다. 주님 오심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