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영과 육을 갖추시고 함께 계십니다. <마태 1, 1-17> 12월 17일

주님은 먹고 마시고 사람들 안에서 잔칫상도 받으셨습니다. 비유의 말씀도 세상에 관한 이야기며 육에 관한 것입니다.

죽은 다음 영원한 생명이 있음을 알려주시지만, 영적 존재로 사는 것은 이 세상 아니고는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육에 관한 깊은 관심을 버리고는 영적 삶을 살 수 없습니다.

마태오의 긴 족보에 보면 주님이 땅에서 나셨다는 증거이며 함께 하시려고 우리와 똑같은 조건에서 우리와 함께 살기 시작하셨습니다. 영원으로부터 영적 존재이시지만, 인간의 조건을 모두 갖추시고 우리와 함께 살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도 주님 따라 여기 살 수 있는 것은 믿음으로 영적 삶을 살지만, 땅의 조건을 하나도 무시하고 살 수 없습니다. 창조의 질서 따라 먹고 마시고 잠을 자며 살아야 합니다.

믿음을 사는 사람은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고, 가진 것도 없이 아무런 명예도 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진실과 사랑을 따라 누리고 세상의 모든 필요를 따라 살아야 합니다.

주님도 사십 일간 광야에서 엄제하시고 사신 후 먹고, 마시고, 가지고, 누리는 것이 필요한 것을 알고 있는 악마는 주님을 유혹했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수도원 담벼락에 대악마들이 들끓는다.” 세상을 떠나 먹지 않고, 마시지도 않고, 무엇을 가지며 누리려 하지 않으려고 하는 수도자를 유혹하려고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주님은 유혹에 따라 가진 것은 먹지도 않고, 갖지도 않고, 누리지도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산다.” 하심으로써 빵의 필요성을 말씀하시며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어제 잠깐 만난 신자는 5년 전에 어려운 살림을 이끌고 혼자 사는 사정을 기억하고 알고 있었기에 제가 한 질문은 “그 어려운 살림을 어떻게?”하고 물었습니다. 현재 상황을 듣고 저는 “생각한 대로 잘 받아들이시고 그 모든 것은 하느님만 처리하시니 지금껏 받으신 것에 감사하며 기도하시라” 이르고 기도의 본질을 설명하며 주님과 함께 사는 길을 제시했습니다. 세상에는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는 하느님 손길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느님은 창조하시고 모든 것을 선으로 이끄시는 분입니다.

우리 인간은 영과 육의 결합체입니다. 세상에 오신 주님은 영만 위해 오시지 않고 육을 주님의 뜻대로 다스리고 이끄시려고 오신 분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단식과 금식하고 세상의 것을 멀리하며 사셨지만, 주님은 잔치, 모임, 여행하시며 사람과 하나 되시려고 오셨습니다. 주님은 하느님으로서 참사람으로 사신 분입니다.

교회는 영적 단체만이 아니고 인간적 단체입니다. 인간적 요소를 없애고 영적 요소만 교회 안에서 찾는다면 눈감고, 귀 막고, 말씀만 보내서 “이리되어라, 저리되어라.” 하셨을 것입니다. 직접 오셔서 함께 먹고 마시고 모이고 사람들의 힘든 상황을 듣고 하나하나 해결해 주셨습니다. 교회는 교회 울타리 안에서 기도하고 영적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형제와 고통에 시달리는 형제 옆에 함께 있으면서 해결하고 <기적을 행하시더라도> 웃고 슬퍼하고 자유, 평화, 기쁨을 누리는 곳입니다. 사제나 교회에 책임진 사람들의 놀이터가 아닙니다.

세상에 오신 주님의 삶을 깊이 묵상하며 가장 인간적인 것이 가장 영적인 것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사람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 안에 주님이 항상 함께 계시고 기도와 일 속에 주님 현존하시듯 하늘과 땅 사이에 우리 모두 하나 되어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