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은 멀리 계시지 않고 가까이 계신다. <루카 7, 24-30> 12월 15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하고 부르며 기도를 시작하지만, 하느님 아버지는 바로 여기 내 몸 안에 계십니다. 이는 태양이 거리상으로 멀리 있지만, 태양의 힘은 우리 몸 안에서 힘을 내며 나를 움직이는 것과 같습니다. 전기를 만드는 공장은 멀리 있지만, 제 방을 밝히고 겨울에 방을 따뜻하게 하고 온갖 전자 기계를 움직이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침이면 태양을 내 몸에 끌어안고 아침을 맞이하며 일어나 활동을 시작합니다. 일어나면서 주님을 만나고 주님의 현존을 느끼며 아침 찬미 기도를 드리러 성당에 가면서 감사와 찬미가를 노래하며 복도를 걸어갑니다.

그러나 우리 안에, 내 몸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내가 의식적으로 찾아 만나지 않으면 우리 안에, 내 안에 계시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 세례자 요한은 주님 앞에 길을 가시는 분이라 하십니다. “요한과 함께 주님은 현존하신다.”입니다. “보라, 내 앞에 나의 사자를 보낸다. 그가 내 앞에서 나의 길을 닦아 놓으리라.” 하신 것같이 우리 안에, 내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은 많은 이가 주님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입니다.

이같이 믿음의 삶을 바로 살려면 내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주님이 살아계셔야 합니다.

주님은 그저 구경꾼처럼 우리 안에 계시지 않고 우리와 함께 움직이고 진실과 사랑이 세상에 살아 움직이도록 현존하십니다. 이는 내 생각에 따라 결정됩니다.

50년 전 어느 날 땅에 묻히는 분을 저도 원산에서부터 잘 아는 사람인데 부산 용호동 교회 묘지에서 장례미사를 드리다가 모인 사람이 울고 슬퍼하는 가운데 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여기 땅에 묻히는 분은 여기만 계시지 않고 지금부터 어디서나 여러분이 계신 곳에 있습니다. 살아계실 때는 계신 곳에 가야 만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내가 가는 곳 어디나 내가 찾기만 하면 그곳에 계십니다.” 하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죽은 사람을 내가 찾기만 하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듯이 영원한 존재이신 하느님은 어디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디서나 주님을 만날 수 없을 때나 장소가 있습니다. 내가 찾지 않으면 성당에서도 천국에 가도 만날 수 없습니다. 냉담자란? 어디서나 어느 때나 주님을 찾지 않아서 주님과 함께 살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찾고 차지하려고 하면 주님을 볼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 “무엇을 구경하려고 광야에 나갔더냐? 우리는 무엇을 보고 세상을 살아갑니까? 권력이나 재력이나 명예만을 찾고 구하고 얻으려는 사람은 하늘과 땅을 만들어주셔서 생명을 지니고 여기 살도록 하시는 주님을 보지 못하고 사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은 죄와 악이 넘치는 곳에서는 만날 수 없고 깨끗하고 진, 선, 미가 있는 곳에서 만나고 함께할 수 있습니다.

주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무덤에 묻히시고 부활하신 다음 음침한 무덤은 비었고 그곳에 계시지 않으셨듯이 주님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 안에 현존하셔서 발현하셨습니다.

빛 속에 살면서 주님을 어디서나 만나고 볼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