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지혜는 현실을 바로 보는 데 있다. <마태 11, 16-18> 12월 9일

나그넷길에 서 있다면 나는 어디로 가고, 얼마만큼 가고 있고, 무엇을 하고 무엇을 이루었는가를 바로 알고 할 일을 찾고, 만날 사람을 만나고, 좋은 것을 보고 듣고 분별력을 가져야 진실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자기 잘못으로 분별력을 잃거나 바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잘못은 이기심, 자기 욕망, 지식의 결핍에서 옵니다.

이기심은 눈을 멀게 하거나 눈에 콩깍지가 씌워져서 제대로 현실을 보지 못하여 분별력을 상실합니다. 남을 지배하고 싶은 마음이나, 많이 갖고 싶은 마음이나, 지금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있는 한 현실을 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게 됩니다. 분별력을 잃으면 무관심이 일어나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하지 못하고 방황하게 됩니다. 그래서 판단력을 잃고 주저앉거나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주님이 아무리 좋은 말씀을 하시고 좋은 일을 하셔도 콧방귀만 뀌고 어떤 것에도 반응이 없어집니다. 그런 사람은 눈앞의 일만 보고 따라 살게 됩니다.

바티칸 2차 공의회는 우리에게 “현실 파악”이란 제목으로 내가 어디에 있는지, 교회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게 합니다. 이것은 롬바르디 신부님의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라는 운동의 시작입니다. 저는 초창기부터 30년 가까이 수도원에서 시작하여 대구교구 안에서 함께하며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현대의 사목 헌장을 이해하고 따라 살려면 현실 분석을 바로 해야 합니다.

세상의 이치를 자기 방식대로 판단하고 실천하려고 하면 오신 주님의 참모습을 보지 못하고 앞뒤를 분간하지 못해서 악의 세력에 이끌립니다. 저는 다행히 이북 원산에서 가짜 김일성을 보고 사람들이 속는 모습을 보면서 남쪽으로 넘어와서 공산당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6·25가 터지고 16살에 혼자 부산으로 피난 와서 현실을 알고 있어 사제로써 노동 운동, 농촌 운동과 사회 운동을 했지만, 공산주의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교회는 누가 뭐라 해도 공산주의가 아닙니다. 노동자, 농민을 위하는 길이 공산주의 사상이 아닙니다. 민주 사회에서 더 좋은 노동자, 농민의 삶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천주교가 좌경화되었다고 말하지 말고 좌경화된 사람이 들어와 있다고 말해야 합니다. 길 잃은 양처럼 교회가 변한 것이 아닙니다. 근본은 “지혜가 옳다는 것은 그 지혜가 이룬 일로 드러났다.” 하신 것같이 역사와 전통의 결과를 보고 교회를 알아보아야 합니다.

교회가 이룬 일을 다 말하지 못하지만 2,000년 동안 어떤 고통도 극복하고,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너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정신과 실천을 보고 알아보아야 합니다.

지금 혼란한 시대에 신앙이 흔들리지 말고 우리 안에 하느님의 살아계심을 믿고 믿음을 통해 주님과 함께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