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회는 주저하지 말고 잡아라. <마태 4, 18-22> 11월 30일

모든 것은 때가 있습니다. 지금 제 나이에 무엇을 하려고 해도 응답해야 할 기회를 놓쳐서 하고자 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한이 맺힙니다. 기회는 무수히 많았지만 주저하며 뒤로 미루고 살았기에 모든 좋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러나 수도자로 부르심을 놓치지 않고 “예” 응답하고 여기까지 온 것은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오늘 복음에 베드로와 안드레아 형제는 주님의 부르심에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르셨다는 이야기는 다른 복음에서 잔칫상에 초대받은 사람이 땅을 보러 가고, 장가를 가고, 장례를 지내러 가느라 응할 수 없다고 하는 비유 말씀처럼 사람들은 선택의 기회를 놓치면 가야 할 길을 가지 못하고 주저앉거나 절망의 삶을 살게 됩니다. 또한, 이런 경고의 말씀도 있습니다.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사람은 선택한 길을 가지 않고 뒤돌아 가려는 사람이라고 하셨습니다.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은 기회를 버리지 않아야 합니다. 저도 사제가 되기까지 잡은 기회를 놓으려 하고 뒤돌아 가려고 한 적이 있지만, 주님만 바라보고 주님과 함께 있고 주님 안에 즐거움을 느끼고 살면서 아흔 살까지 왔습니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라, 때가 있습니다. 때는 언제나 지금이며 오늘입니다. 빛이 있을 때 활동하고 어둠이 오면 잠을 자듯이 때를 알아보는 시각을 갖고 살아가면서 일생을 이끌어 갈 길은 선택하지 못하고, 끌고 가지 못하고 끌려가는 인생을 살아갑니까?

제가 어떤 가문, 어떤 가정에 살게 된 것은 선택이 아니지만, 벗을 만나고 일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것은 선택이며 한 번의 선택은 일생을 좌우합니다. 어떤 단체나 직업도 선택으로 이루어집니다. 어떤 가정에 운명적으로 소속된 것처럼 사람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만나서 찬미 찬송하는 삶은 인생의 본질에 속합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세상에 나온 것처럼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살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 수도자의 매시간 삶은 온종일 아침 기상 종을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알고 일어나 하루에 몇 차례 종소리와 함께 부르는 소리에 응답하며 살고 있습니다. 기상, 기도 시작, 미사 종, 식사 종 등 저녁 끝 기도 전까지 부르심에 응답하며 살고 있습니다. “선을 행하라. 진실하게 살아라. 사랑하며 살아라. 가난한 이를 도우라. 찾아온 사람 예수님처럼 대접하라. 원수를 용서하고 사랑하라.” 등 부르심을 듣고 주저하지 않고 응답하며 살아야 합니다.

저는 기도 속에 들리는 소리에 응답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루는 피정 중에 “담배를 끊어라.” 하는 소리를 듣고 하루 세 갑씩 피우던 담배를 끊으니 여러 병이 있는데도 아직 살아있는지 모릅니다. 모두가 주 하느님의 부르는 소리에 주저함 없이 응답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