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다스리는 나라에 사는 사람 <루카 23, 35-43> 11월 20일

오늘은 전례 시기로 마지막 날이며 승리자이신 하느님이 다스리는 나라의 완성을 기대하며 그 나라에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날입니다.

그러나 주님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 날 십자가의 진실과 사랑을 완성하는 죽음의 현장으로 우리를 이끌고 그날의 복음을 듣게 합니다.

주님이 주시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다르고 세상에서 누리는 자유와도 다르고 기쁨과도 다름을 보여주십니다. 머리에는 가시관을 왕관 대신 쓰시고 손에는 지시봉이 아니라 못 박혀 움직이지 못하고 입에는 달고 시원한 음료수가 아니고 쓴 쓸개와 초를 마시고, 발은 무거운 십자가를 메고 질질 끌려서 왕좌인 골고타 산에 오르고, 비난의 소리 웃기는 소리 다 듣습니다. 기적을 보고 좋은 말을 듣고도 깨우치지 못하는 군중은 남을 도우며 자기 자신을 구하지 못하냐는 비웃음 속에 길을 가시는 왕입니다.

그중에는 기적의 빵을 먹은 자도 있고 말씀에 탄복하고 “이런 사람이 어디서 오셨을까?”하고 감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거짓과 자기 욕망에 사로잡힌 무자비한 지도자들의 모함에 빠지거나 이끌려 외롭게 외면당한 왕 중의 왕이십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무죄하고 자비와 사랑 자체인 우주의 창조주이시며 한 시도 돌보시지 않으면 하늘과 땅을 질서가 무너지고 존재하는 것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마지막 날 우리가 영원히 머물고 살 곳이 여기가 아닌 것을 알고 있으면서 눈앞에 있는 것만 보고 쫓아다니고 있습니다.

이 세상은 2022년이 지나며 끝장에 있으면서 더 지속하기를 기대하는 사람처럼 살고 있습니다.

분명히 가난함이 부하게 되고, 슬픔이 기쁨이 되고, 분쟁이 일치가 되고, 불행이 행복이 되는 나라가 저편에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믿고 믿어야 함에도 참 왕을 보지 못하고 화려한 옷을 입고 머리에는 금으로 빛나는 왕관을 쓴 왕을 찾고 만나려 합니다. 오늘 복음에 좌도는 주님에게 “당신도 살고 우리도 살려주세요.” 청하지만, 우도는 늦게나마 주님을 알아보고 지금이 아니라,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주십시오.” 청하는 것은 참믿음의 고백입니다.

참믿음은 주님이 온갖 고난을 겪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주님을 믿는 것입니다. 주님의 십자가상 마지막 모습이 영원히 빛나는 삶을 살도록 준비된 삶의 종점입니다.

하느님이 다스리는 나라에 살고자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찾는 가치를 바로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참 자유를 누리려면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고 참 평화를 누리는 사람은 부를 쌓아 두는 사람이 아니라, 비우는 사람이 되고 참 기쁨을 누리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찬송 찬미 받은 사람보다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입니다. 명예가 높이 오르면 떨어질 때 살길이 없습니다. 이제 마지막 날 크게 깨우쳐야 할 일은 모든 것을 비우고 또 비우고 하느님의 은총으로 가득 채우는 것입니다. 믿는 사람은 순명, 청빈, 정결을 따라 사는 것이 믿음을 가진 모든 이들이 실천해야 하는 덕목입니다.

교회는 끊임없이 박해와 시련 속에서 오로지 하느님만 보고 살아가야 함을 보여주고 실천하도록 기도합니다.

현 교황님이 교황 궁에 살지 않고 손님 집에 거처하시는 이유를 보고 따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