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가 없는 평화는 거짓 평화다. <루카 19, 41-44> 11월 17일

저울은 물건과 값을 결정해주는 도구입니다. 무엇을 사려고 할 때 그 무게와 값을 결정해줍니다. 얼마만 한 무게는 값이 정해져 물건을 한 묶음 쥐고 저울에 달아 값이 결정됩니다. 저울은 정의 도구입니다.

어려서 “죽으면 하느님이 우리의 죄를 저울에 달아 악과 선의 균형이 악으로 기울어지면 지옥행이다. 천사가 따라다니며 공책에 금 글씨와 검은 글씨로 선과 악을 구별하여 적어서 하느님에게 보고한다.”고 배웠습니다.

어느 냉담자 남편이 죽어서 하느님 앞에 심판받게 되었는데 저울에 선과 악을 달아보니 약간 악으로 기울어져서 이를 보신 성모님이 조금 안타까워하시다가 기억해내신 것은 이 남자가 냉담을 했지만, 하루는 부인이 사랑하는 성모상 앞의 꽃이 시든 것을 보고 사랑하는 부인을 위해 새 꽃으로 갈아준 일이 있어 선 쪽에 올려놓으니 저울이 선으로 기울어져 천국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작은 선행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은 저울에 달아주는 것만 정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저울 위에 덤으로 주는 것이 있습니다. 정의를 따라 평화가 이루어지지만, 자비가 없는 정의는 참사랑이 없는 평화입니다.

저울을 든 손과 또 다른 손이 있다면 자비의 손입니다. 덤으로 저울 밖에서 주는 자비의 손입니다.

저는 농민 운동을 56년 전에 시작하면서 가난한 농민들의 평화로운 삶을 위해 농민의 입장에서 청와대까지 들어가 정의를 호소했습니다. 어느 날 주교회에 가서 농민이 애써 농사지은 것 제값을 받지 못한다고 현실적 부정을 호소하는 특강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 지학순 주교님이 일어서서 “우리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네.” 하시더니 잘못된 정책에 항의하시다가 교도소에까지 가셨지만, 누구를 저주하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지금도 비판은 하지만, 비난하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죄를 판단하시지만, 우리를 교도소에 넣으려고 하시지 않고 하느님의 자비는 영원하십니다.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십자가에 돌아가셨습니다. 믿음이 약해서 바다에 빠지는 베드로 사도를 죽게 하시지 않고 자비로운 손을 내밀어 살려주셨듯이 주님을 따르는 우리는 자비와 정의가 하나 된 평화를 갈망하며 살아야 합니다.

요사이 농산물의 4차 산업 발전을 보면서 농촌이 잘 사는 길은 “네 탓”이 아니라, 나부터 열심히 연구하고 길을 찾아야 잘 살 수 있다는 원리를 알고 실천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젊어서는 본당에서 시도해보지 않은 농산물이 없었으며 신협 운동까지 했었지만, 지금은 잘 할 수 있도록 기도로 돕고 있습니다.

정의가 구현되어야 하지만, 자비가 없는 정의는 참 평화가 아닙니다. 가난한 마음으로 정의롭게 평화가 구현되기를 기도합니다.